사회 사건·사고

캄보디아 로맨스 스캠 조직, 베트남서 검거…"국제공조 성과"

장유하 기자,

김준석 기자,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4 12:00

수정 2025.11.04 18:22

한국인 192명에 46억 뜯어낸 일당
인접국으로 도피했지만 결국 덜미
고수익 미끼 422억 가로챈 사기단
총책, 한국·캄보디아 오가며 지휘
주요 자리에는 친인척 앉혀 관리
【파이낸셜뉴스 서울·하노이(베트남)=서지윤·장유하 기자 김준석 특파원】 '고수익 투자' 미끼 캄보디아 사기 범죄조직 129명이 무더기로 덜미가 잡혔다. 이들이 국내 피해자로부터 뜯어낸 돈은 420여억원에 달했다. 또 베트남과 붙어 있는 캄보디아의 국경도시 '바벳(Bavet)'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웹 기반 연애사기(로맨스 스캠) 조직 일당이 한국·베트남 경찰의 공조로 베트남 현지에서 검거됐다. 주베트남 공관들도 이들을 검거하는 데 힘을 보탰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고수익 투자사기를 벌인 총책 등 캄보디아 거점 조직원 129명을 붙잡아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중 19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발견한 범죄수익 7억8892만원에 대해선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들 조직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온라인 SNS를 통해 "알려주는 대로 투자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피해자 220명을 속여 총 422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콜센터(사기 실행팀), CS센터(자금 관리팀), 대포통장 유통팀, 자금세탁팀 등 철저한 분업구조로 운영됐다. 총책을 중심으로 각 팀장과 그 아래 팀원으로 구성된 피라미드형 조직이었으며, 팀 간 직접적인 소통을 차단하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총책은 국내와 캄보디아를 오가며 전체 범행을 지휘했다. 콜센터팀은 현지에서 투자리딩이나 로맨스 스캠 등을 빌미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허위 투자사이트로 유인했고, CS센터는 피해금이 입금되면 이를 즉시 2차 계좌로 이체하거나 자금세탁팀으로 전달했다. 자금세탁팀은 가상자산 거래소나 상품권 업체를 이용해 돈을 세탁·현금화해 총책에게 건넸으며, 대포통장 유통팀은 허위 법인을 등록해 법인 명의 통장을 대량 개설·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사 결과 총책은 친형과 조카 등 가족·친인척을 각 팀장에 앉히는 수법으로 조직을 관리했다. 이들은 검거되지 않은 일부 팀장의 여권을 무효화했으며, 인터폴 적색수배도 요청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압수한 통장 대부분이 장애인 명의 계좌"라며 "현재 해외 체류 중인 미검거 피의자 15명에 대한 송환 절차를 캄보디아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청은 캄보디아에서 국내 피해자 192명을 상대로 로맨스 스캠을 벌여 46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로 A씨 등 5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캄보디아 내 단속이 강화된 이후 베트남에 숨어 있었으나 결국 체포됐다. 경찰은 범죄 조직 일부가 베트남 등 인접국으로 도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주변국과 대응체계를 강화해 왔다.

20대 남성 A씨와 B씨, C씨도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입국해 다낭 시내 거주시설에 투숙해 있다가 현지 공안에 붙잡혔다. 불법 입국한 같은 20대 남성 D씨는 호찌민시에서, 밀입국한 30대 남성 E씨는 칸화성에서 각각 체포됐다.
이들 역시 스캠 조직 일원으로 확인됐다.

이재영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동남아 지역의 스캠 범죄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양국 간 긴밀한 국제공조를 통해 거둔 구체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주베트남 대사관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원들이 이동해도 반드시 검거된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주재국 공안 및 경찰청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jyse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