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진정호 연합인포맥스 특파원 =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고점 부담이 가중되던 가운데 증시 조정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투매 흐름이 나타났다.
4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1.44포인트(0.53%) 밀린 47,085.24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80.42포인트(1.17%) 떨어진 6,771.55, 나스닥종합지수는 486.09포인트(2.04%) 급락한 23,348.64에 장을 마쳤다.
주가지수를 동시에 짓누를 만한 대형 악재가 나오지는 않았다.
미국 백악관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고급형 칩, 블랙웰 칩은 현재 중국에 판매할 의사가 없다고 이미 명확하게 밝혔다"며 "현시점에서 종결된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블랙웰 판매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협상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제기한 데 따른 반박이었다.
백악관이 수출 통제를 재확인하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날 3.95%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주가에 반영됐던 대중(對中) 수출 기대감이 되돌림 되는 모습이다.
미국 AI 방산업체 팔란티어가 예상치를 웃돈 3분기 호실적에도 주가가 8% 가까이 급락한 점도 AI 및 반도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팔란티어는 올해 들어 주가가 150% 이상 급등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고평가 논란을 낳고 있다. 이날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4배에 달한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 중 한 명인 마이클 버리는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숏 포지션을 구축했다고 이날 밝히기도 했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는 이를 두고 "악질적이고 미친 짓"이라고 힐난했으나 시장은 고점 부담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아메리프라이즈의 앤서니 새글림베네 수석 시장 전략가는 "4월 이후 증시에 큰 조정이나 실질적인 압력이 없었다"며 "일부 주요 빅테크의 투자 속도를 보면 투자자들이 자본지출 수준을 정당화할 만큼 수익이 증가할지 질문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수뇌부도 증시 조정을 경고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이날 "향후 12~24개월 사이에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상승한 뒤에는 잠시 되돌림이 오고 투자자가 다시 재평가하는 시기가 오게 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CEO도 "(증시의) 10~15%의 조정 가능성 있다"며 "다만 거시경제적 충격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기술이 2.27% 급락했고 임의 소비재와 통신서비스, 산업도 1% 넘게 밀렸다.
시가총액 1조달러 이상의 거대 기술기업 중 애플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락했다. 브로드컴과 알파벳, 아마존도 2% 안팎으로 떨어졌다.
테슬라는 1조달러 규모의 일론 머스크 CEO 보상안을 주요 주주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거절했다는 소식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주가가 5% 하락했다.
KFC와 타코벨 등을 보유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얌브랜드는 3분기 호실적에 주가가 7.3% 올랐다.
우버는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주가는 5%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29.9%로 반영됐다. 전날 마감 무렵의 33.2%에서 낮아졌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1.83포인트(10.66%) 오른 19.00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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