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팀장칼럼]협치 실종이 부른 시정연설 '보이콧 데자뷔'

뉴스1

입력 2025.11.05 07:00

수정 2025.11.05 14:49

김정률 정치부 국회 야당 팀장 ⓒ News1 신웅수 기자
김정률 정치부 국회 야당 팀장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또다시 '야당 보이콧'이 벌어졌다. 2022년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2025년에는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불과 3년 만의 반복된 보이콧에 여당과 야당의 비판도 반복됐다. 2022년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국회법상 책무를 저버렸다"고 비난했고, 2025년 민주당은 "국회의원의 책무를 저버렸다"며 국민의힘을 공격했다.

보이콧의 명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3년 전 민주당은 시정연설 직전 검찰이 제1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 했다며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고, 올해 국민의힘은 연설을 앞두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전쟁"을 선언했다.

결국 이러한 반복의 근원은 협치(協治)의 실종에 있다. 협치는 국회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지만, 현실에서는 가장 공허한 말이 되었다. 여야 의석이 완전히 팽팽하게 균형을 이룬 상황이 아니라, 어느 한쪽이 절대다수 의석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협치는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

권력은 유한한데, 권력을 쥔 쪽은 이를 가능한 한 무한으로 확장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 정당이나 세력은 '배제'의 대상이 된다. 공격받는 측은 다시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정치 권력은 점점 극단으로 흐른다.

문제는 정치가 이념 결사체의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여든 야든,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게 되고, '권력 유지'라는 명목 아래 자신도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

실제 사석에서 여야 정치인들을 만나보면, 서로가 지금의 정치가 틀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그들은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정치'를 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게임이 아니다. 3년 만에 반복된 '보이콧의 데자뷔'는 한국 정치가 이미 내전형 대치 구조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승자의 독식이 아니라 협치의 기술, 나를 내려 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