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테헤란로] 속 타는 자동차업계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2 18:38

수정 2025.11.12 20:07

서영준 경제부 차장
서영준 경제부 차장
한미 관세협상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가 늦어지면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개가 예상됐지만, 원자력추진 잠수함 등 안보 분야에 새로운 의제가 등장하면서 문구 조정과 미국 측의 검토까지 겹치며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관세협상이 큰 틀에서 보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길어지는 조인트 팩트시트 탓에 특히 국내 자동차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매달 10만대 이상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자동차업계는 관세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물어야 할 비용이 증가한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143만2713대를 수출했고 올해는 3·4분기 누적 100만4354대를 수출했다.

산술적으로 매일 4000대 가까운 물량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3·4분기 관세 비용은 각각 1조8212억원, 1조234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 3·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9.2% 감소했고 기아 역시 49.2% 줄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내지 않기로 약속했던 비용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치러야 하는 답답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관세 인하 적용 시점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당초 정부는 관세 인하를 이달 1일로 소급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미국은 업무협약(MOU) 체결 시점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시각 차이는 며칠밖에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자동차업계의 몫으로 돌아온다.

자동차 외에도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다뤄지지 않은 반도체도 관심사다. 일단 미국과의 협상에서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약속했지만, 이 역시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당초 처음부터 없었던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를 압박했던 미국의 태도를 보면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는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시점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상태다. 물론 협상의 결과물에는 상대가 있고, 진통이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조금 더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한다면 산업계가 조금이라도 불안감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미 관세협상 직후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재벌 총수가 대통령을 향해 진심을 전하는 모습은 아마도 처음 본 것으로 생각된다.
정 회장의 진심 어렸던 감사 인사가 더 진정성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