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르노코리아 중형 세단 'SM6'가 지난 11월 판매를 마지막으로 단종됐다. 1998년 전신 삼성자동차가 첫 승용 모델로 'SM5'를 출시한 이후 27년간 명맥을 이어 온 중형 세단이 사라진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인기가 워낙 높은 만큼 SUV 라인업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이달부터 SM6와 중형 SUV 'QM6'의 판매를 공식 종료했다. QM6는 지난해 9월 출시된 '그랑 콜레오스'에 중형 SUV 자리를 넘겨줬지만, SM6는 후속 모델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역대 세단 라인업 중 준중형 'SM3'(2002~2020년)와 준대형 'SM7'(2004~2019년)은 이미 단종된 지 오래다. 이번 SM6 단종은 곧 세단 라인업 종료와 함께 SUV 중심으로 대세가 기울었다는 방증이다. 이제 르노코리아가 판매하는 모델은 그랑 콜레오스와 소형 SUV '아르카나', 준중형 전기 SUV '세닉' 등 3종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 상반기 '오로라 2 프로젝트' 결과물로 준대형 SUV가 출시될 예정이다.
'SM5+SM6' 국내 누적 113만대 판매…중형 고급화 앞장, 한때 쏘나타 대항마로
중형 세단은 한때 르노코리아를 견인한 모델이었다. SM6는 2016년 3월 출시돼 지난달까지 9년 8개월 동안 국내 시장에서 누적 15만 7176대가 팔렸다. 여기에 전작 SM5(1998~2019년·97만 6528대)까지 합하면 27년간 르노코리아 중형 세단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113만 3710대에 달한다. SM5는 '타면 탈수록 가치를 느끼는 차'를 모토로 국내 최초 방청보증제도, 신가교 불소도장 등을 적용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식 없고 잔고장 없는 차'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명성을 이어받은 SM6는 출시 첫해인 2016년, 9개월 연속 중형 자가용 신규 등록 1위를 차지하며 '국민 자가용'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출시 초기 흥행을 이끈 건 단연 디자인이었다. 중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프랑스 국제 자동차 페스티벌(FAI)에서 '2015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차' 선정으로 이어졌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선정 '2017 올해의 차'와 '올해의 디자인'을 차지했다.
같은 중형임에도 SM5보다 한 단계 높은 차명(6)을 선택한 전략도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실제로 당시 국산 중형차에선 볼 수 없었던 △풀 LED 헤드램프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올 어라운드 파킹 센서 등이 최초로 SM6에 도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그랜저, K7 등 타사 준대형 수요도 일부 흡수했을 만큼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했다"며 "이후 SM6에 처음 적용된 편의·안전 사양들이 경쟁 차종에 하나둘 들어가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 국산 중형차의 고급화를 이끈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초기 흥행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SM6는 2017년까지 2년 연속 기아 'K5'를 꺾고 국산 중형 세단 판매 2위에 오르며 1위 '쏘나타'를 추격했다. 그러나 2019년 연간 판매량이 출시 첫해의 절반인 2만 4000여대 수준으로 감소하며 2위 자리를 K5에 넘겨줬다. 소형차에 주로 쓰이는 토션빔 서스펜션이 SM6에 적용돼 승차감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차례 부분 변경을 통해 서스펜션을 개선한 신형 SM6가 2020년 투입됐지만 연간 판매량은 1만 대 밑으로 떨어지며 회복하지 못했다.
10년 새 국내 SUV 점유율 31%→58%…르노 본사도 세단 라인업 실종
그 사이 국산 승용차 시장은 세단에서 SUV로 완전히 넘어갔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SUV는 판매량 48만여대로 국산 승용차 시장에서 점유율 31.3%였지만, 이후 판매량과 점유율 모두 지속 늘어나면서 2020년에는 43.3%로 세단 점유율(41.7%)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고, 2022년에는 과반을 넘겼다. 올해 1~10월에는 80만 대가 넘게 팔리면서 점유율이 58.0%까지 올라왔다. 반면 세단 판매량과 점유율은 2017년(73만 여대·47.2%)에서 올해 1~10월(39만여대·28.7%)로 감소했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세단을 잇달아 단종하기 시작했다. 2017년 KG모빌리티(KGM·당시 쌍용자동차) 대형 세단 '체어맨'을 시작으로 2018년 한국GM 준중형 세단 '크루즈', 2019년 SM7, 2020년 SM3, 2023년 한국GM 중형 세단 '말리부', 2024년 기아 준중형 세단 'K3' 등이 후속 모델 없이 판매가 중단됐다. 이제 준중형·중형·준대형으로 이어지는 세단 라인업을 갖춘 곳은 현대차만 남았고, 중견 3사(한국GM·KGM·르노코리아)는 모두 SUV만 판매하게 됐다.
르노의 본거지 유럽에서도 SUV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서 전체 신차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0%에서 2023년 51%까지 상승해 사상 처음으로 과반을 넘겼다. 시장이 이렇다 보니 르노도 2022년 탈리스만을 마지막으로 전체 세단 라인업을 단종시켰다. 이에 르노코리아도 SM6의 상징성을 감안해 후속 중형 세단을 내놓고 싶어도 마땅히 들여올 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르노코리아에서 세단 라인업을 만나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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