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아파트 1층 절도범 목격한 소방관…망설임 대신 '용기' 택해

뉴스1

입력 2025.12.07 15:50

수정 2025.12.07 15:50

김포소방서 현장지휘단 소속 김용호 소방장(37)이 촬영한 20대 남성 범죄 행각.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7/뉴스1
김포소방서 현장지휘단 소속 김용호 소방장(37)이 촬영한 20대 남성 범죄 행각.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7/뉴스1


김포소방서 현장지휘단 소속 박용호 소방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7/뉴스1
김포소방서 현장지휘단 소속 박용호 소방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7/뉴스1


(시흥=뉴스1) 김기현 기자
남을 돕는 일이 저와 제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를 지키는 일이니까요
김포소방서 현장지휘단 소속 박용호 소방장(37)이 우연히 목격한 범죄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한 이유는 단순한 '직업의식'이 아니다. 바로 '공동체'다.

비번일이었던 지난달 28일 오후 1시께. 그가 장모님 생신을 맞아 처갓집이 있는 시흥시 정왕동 한 아파트를 찾은 날이었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나와 볼일을 본 후 먼저 처갓집에 도착한 박 소방장은 차 안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두운 계열 모자와 장갑 등으로 온몸을 가린 수상한 남성이 박 소방장 차 주변을 서성이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 왔다 갔다 하고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며 "한 번, 두 번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박 소방장 예감은 곧 현실이 됐다. 수상한 남성은 화단 속으로 숨어들더니, 1층 창문을 열어보며 침입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화단 밖으로 걸어나와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사람이 없는 틈을 살핀 후 가스 배관을 딛고 창문을 통해 1층 세대로 침입했다.

박 소방장은 순간적으로 긴장감에 휩싸였지만, 침착하게 수상한 남성 범죄 행각이 담긴 영상을 촬영하고 즉시 112에 신고했다.

이어 그는 주저 없이 차에서 내려 1층 세대 앞을 지키고 섰다. 박 소방장은 "도망가면 쫓아가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수상한 남성은 현장에서 절도 및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20대인 그는 귀금속 등 400만 원 상당 재산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돈이 필요해 창문이 열린 집을 대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범행을 시인했다. 현재는 검찰에 구속 송치된 상태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박 소방장이 우연히 목격한 범죄 앞에서 '방관자'가 아닌 '용기 있는 시민'을 자처한 덕분에 한 가정, 나아가 한 지역 안전이 지켜진 셈이다.

그러나 그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박 소방장은 "처갓집이 같은 동이었고, 그냥 넘어가면 또 다른 집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생각했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행동한 덕분에 다른 집들의 안전까지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남을 돕는 일이 제 가족과 저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적인 자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범죄. 긴박한 상황 속에서 박 소방장이 보여준 모습은 공동체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가 아닌,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라는 마음. 그 작은 용기 하나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임용된 박 소방장은 올해로 13년째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는 베테랑 소방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