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은 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연례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이상주의 유토피아는 끝났으며, 이제는 냉철한 현실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미국은)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현 행정부는 중국과의 안정된 평화, 공정한 무역, 상호 존중 관계를 추구한다"며 "미국은 (중국이) 추진 중인 역사적인 군사력 증강을 존중하는(respecting) 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얼마나 신속하고 강력하며 포괄적인지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트럼프 행정부는 "당연히 우리 본토(homeland)와 서반구를 우선시할 것"이라며 "다른 지역에도 위협이 존재하지만, 이제 우리 동맹들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
이에 대해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는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세력권(zones of influence)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면서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서반구(미 대륙)에서 미국"이라고 언급했다. 유럽에 대해선 제3의 영향권 블록으로 진단하며, 동맹국들에 '스스로 책임지라고 요구했다'고 짚었다.
폴리티코는 또한 "최근 몇 년간의 국방 전략이 중국 억제(deter)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헤그세스는 다가오는 (미국의 국방) 전략은 더 부드러운 접근 방식을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지난 목요일(4일) 늦게 발표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강조하는 동시에, 군의 전 세계적 우선순위를 제시할 국방부 자체의 향후 전략(국방전략·DNS)을 예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발표된 NSS 보고서에서도 중국을 바라보는 미 행정부의 관점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NSS 보고서는 미국의 외교, 군사 전략의 청사진을 담고 있는데, 백악관이 주도해 작성하는 미국 국가안보의 최상위 전략 문서다.
캐롤라인 코스텔로 애틀랜틱카운슬 '글로벌 차이나 허브' 부국장은 기고문에서 새 NSS는 중국을 상호 이익이 가능한 경제 파트너로 규정했다고 지적하며, 이전 NSS가 중국을 "가치 기반의 적대국"으로 서술했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코스텔로 부국장은 이번 NSS는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나 인권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목표를 민주주의 확산이 아니라 경제·안보 이해관계 보호에 두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대만 문제도 민주주의 수호가 아니라 '분쟁 억제’ 중심으로 접근했다면서, NSS가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했던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 체제를 비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알렉산더 그레이는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억지하는 전략과, 서반구에서 미국을 지키는 전략을 ‘분리해서’ 운영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1기 때부터 취해온 인도·태평양 전략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지만 최우선 국익인 서반구 안전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봤다. 그레이는 "베이징은 서반구에서 적대적인 활동을 추구함으로써 미국이 인도·태평양의 현상 유지를 유지하는 것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려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 국방부에서 국제 안보 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지낸 트레사 구에노프는 새 NSS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등 적대국의 목표(장기전략)을 직접적으로 저지하는 방식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면서, 미국 이익 중심의 실용주의 전략을 표방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북한 담당 정보관을 지낸 마커스 갈라우스카스는 NSS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의 우방과 적국에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의 강경한 대중 전략은 유지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일부 문구가 바뀌었지만 NSS엔 "'대만을 장악하려는 어떤 시도도 무력화하거나, 대만 방어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우리에게 불리한 군사력 균형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미국과 동맹국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노골적인 명령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대만 방어에 관해 이전 어떤 NSS보다도 강력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대만 관련 법안 서명과 첨단 무기 판매 등 구체적 조치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확장억지를 유지·강화할 것이며, 동시에 역내 동맹국들에 더 큰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기대치를 조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북한이 문서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 내 우려가 나오지만, 이는 관심 약화를 뜻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은 한·미 동맹 강화와 확장억지 지속을 재확인하고 있으며 단지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낮았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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