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視角] 누리호 쇼크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8:12

수정 2025.12.07 19:39

김성환 정보미디어부장
김성환 정보미디어부장

저궤도 인공위성(LEO)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한국에 상륙했다. A4용지보다 조금 큰 안테나 하나만 설치하면 어디서든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다운로드 속도는 135Mbps로 초당 약 10MB의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다. 국내 이통3사의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178Mbps)보다는 느리다. 월 최소 8만원 이상을 내야 하고, 개당 55만원 하는 안테나를 최소한 한 대는 사야 하니 비용 부담은 크다.



하지만 이동량이 많으면서도 인터넷서비스가 필수적인 수요에는 이만큼 효율적인 서비스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이미 SM그룹의 선박관리기업인 KLCSM이 스타링크를 쓰기로 했다. 롯데물산도 롯데월드타워 22층 피난 안전구역과 지하 1층 종합방재센터에 스타링크를 설치해 활용할 예정이다. 일반인들 중에는 캠핑카로 세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스타링크의 최대 강점은 위성을 쏘아올리고 운용하는 기술이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가 소형 위성 8000개를 쏘아올렸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머스크가 지난 2015년에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구상한 후 주파수 사용방식과 위성 운용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3년이 걸렸다. 2018년부터는 발사체 1개에 평균 60기의 위성을 담아 쏘아올렸다. 이 과정엔 재사용 가능 발사체인 팰컨 9과 팰컨 헤비를 이용해 발사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던 우주 개발이 민간 주도로 넘어간 상징적 사건으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2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올린 발사체 '누리호 4차'는 한국 우주산업계에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던진다.

첫째, 정부가 우주산업을 추진한 이래 첫 민간 주도 발사였다. 이번 4차 발사에선 위성과 발사체 전반에서 제조와 조립, 사전 준비과정을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했다. 기존 1~3차까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등이 주도했지만 이번 발사는 실질적으로 민간 주도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주 강국 중 하나인 일본의 경우 이미 20여년 전에 우주발사산업을 민간에 이양해 민간업체 주도가 일반화돼 있다. 민간업체가 주도하는 경우 개발 효율을 포함해 경제성 측면에서 공공 주도에 비해 개선할 니즈가 크고, 연계산업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둘째, 독자 발사체와 실용위성 배치로 우주 자립 역량을 확보했다. 이번 4차 발사에선 주 임무였던 실용위성을 정확한 목표궤도에 올렸고, 역대 발사 시도 중 가장 많은 13기의 위성을 실어날랐다. 앞으로 경험이 더 쌓인다면 다른 국가의 위성을 쏘아올릴 능력까지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우주 생태계를 확장할 가능성을 열게 됐다. 이번 4차 발사에는 대학, 연구소, 민간기업들이 개발한 큐브 위성들이 함께 올라갔다. 미션들도 다양하다. 바이오 실험, 우주 제약 기술, 우주 잔해처리 기술, 환경·에너지 관측 등이다.

이 정도면 가히 '누리호 쇼크'로 불릴 만하다. 이미 한국은 지난 6월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세계 7대 자력 위성발사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한국우주항공청은 오는 2028년까지 누리호 7차 발사를 감행한 후 매년 1회 누리호로 위성을 쏘아올릴 예정이다. 숙련된 발사 기술을 확보했지만 앞으로는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다. 누리호의 ㎏당 발사비용은 3만달러 수준인 데 비해 스페이스X가 개발한 팰컨 9의 발사비용은 ㎏당 20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경제성 차이가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 아니라 현대로템과 대한항공 등도 재사용 발사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 정부의 목표는 '우주 5대 강국'이다. 그러기 위해선 민간이 제대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 우주개발진흥법 수정이 필요하다.
주무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예산 지원도 절실한 시점이다.

ks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