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홈플러스 납품중단… '도미노 위기' 번지나

이정화 기자,

박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8:59

수정 2025.12.07 18:59

협력사 납품 중단 확대 우려 증폭
회생절차·기업가치 등에 큰 영향
유통망 전반 위기로 번질 가능성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납품 중단 사태가 다시 불거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납품업체들이 정산 불안정을 이유로 물량을 줄이거나, 납품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대금 정산 지연을 이유로 지난 8월부터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LG생활건강도 공급 물량을 줄이며 거래 규모를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양식품 역시 미납 대금이 누적됐다며 지난달 22일부터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홈플러스와 협력사 간 납품 중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지난 3월에는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를 비롯해 농심, 오뚜기,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납품을 중단했다가 협의 끝에 재개한 바 있다.

이어 5월에는 매일유업과 빙그레 등이 같은 이유로 납품을 멈췄지만, 이후 조건 조정 등을 거쳐 6월부터 다시 공급이 이뤄졌다.

다른 식품사들은 아직 공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아직 중단 단계는 아니지만 정산 일정 협의가 계속되고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납품 중단 확대 우려에 대해 "일부에서 제기되는 우려와는 거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 절차 이후 지급이 중단됐던 공익 채권은 모두 정산이 완료됐고, 현재 일부 업체의 대금 지연도 하루 이틀 수준"이라며 "일부 협력사가 일시적으로 공급을 조정하는 사례가 있지만 매대 공백이나 운영 차질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기간에 상황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협력사가 납품 중단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회생 절차뿐 아니라 매각 조건·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치며 사태가 단순한 거래 불안에서 유통망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매출 하락과 유동성 악화 등을 이유로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인수 의향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 사이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최근 폐점을 보류해왔던 15개 점포 중 가양·장림·일산·원천·울산북구점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달 26일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자가 없었다는 점과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오는 29일로 연장됐지만 현실적인 인수의향자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시장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협력사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재고 공백과 매출 감소가 이어지며 회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화 박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