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석유화학 기업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리더십을 전면에 배치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방향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SK이노베이션(096770)과 LG화학(051910)은 수장 교체를 통한 '쇄신'을 선택한 반면 롯데케미칼(011170)과 한화솔루션(009830)은 유임을 통한 '안정'을 선택했다.
석유화학 업게는 내년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사업 재편을 통해 반등을 노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각 기업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SK이노 1년년만에 사장 교체, 정유·화학 통합…LG화학 7년 만에 수장 교체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을 시작으로 SK이노베이션,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주요 기업들은 '2026 정기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본격화할 석화 사업 구조 개편을 이끌 진용을 갖췄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선택은 수장 교체를 통한 '쇄신'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지오센트릭 사장을 1년 만에 교체하며 그 자리에 SK에너지 사장인 김종화 대표이사가 겸직하게 했다. 이를 통해 정유와 화학 사업을 통합한 지휘체계를 갖췄다.
김종화 사장은 정유와 화학 사업을 모두 경험한 전문가인 만큼 유·화학 밸류체인의 통합 최적화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이 최근 울산 산업단지에서 에쓰오일, 대한유화와 함께 NCC(나프타분해설비) 통합을 포함한 사업재편안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향후 김 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도 취임 직후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구조적 변화라는 큰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오퍼레이션 임프루브먼트(OI) 추진을 통해 실행력을 키우고, 정유와 화학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화학도 7년간 자리를 지켰던 신학철 부회장이 용퇴하고 그 자리에 김동춘 첨단소재사업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동춘 사장은 LG화학에서 반도체소재사업담당, 전자소재사업부장,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첨단소재 전문가다. LG화학은 김동춘 사장 선임을 통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업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김동찬 사장 선임 이후 인공지능(AI)과 전동화(electrification)에 초점을 맞춘 신성장 동력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첨단사업은 전기차용 양극재 사업을 이어가며 전자·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사업도 전기차·전지·가전·반도체·의료용 고부가 석화 소재 공급처를 다변화할 전망이다.
다만 김동춘 사장은 먼저 연말까지 여수 산단에서 NCC 통합을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LG화학은 GS칼텍스와 수직 통합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유임…석화 구조조정 박차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구조조정 과제를 앞두고 대표이사 유임을 통한 '안정'을 선택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선임된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을 유임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대규모 쇄신을 강행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영준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대산 산업단지에서 HD현대케미칼과 합작사를 마련해 NCC 통합을 진행 중인 만큼 이영준 사장이 이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영준 사장이 첨단소재 PC사업본부장과 첨단소재 대표이사를 맡은 경험도 있는 만큼 기초화학 중심 사업을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소재 중심으로 전환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사업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만큼 내년 이영준 사장 체제에서 국내에서는 체계적 구조조정에 힘쓰는 한편 해외에서의 사업 확대도 집중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7월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에 선임된 남정운 사장이 계속 조직을 이끈다.
한화솔루션도 여수 산단에서 DL케미칼과의 합작사인 여천NCC 정상화가 당면한 핵심 과제다. 여천NCC는 지난 8월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재편의 하나로 1·2·3공장 가운데 3공장 셧다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운 사장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동시에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스페셜티 제품 개발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수장을 교체하거나 유임했지만 결국 목표는 '위기 대응 체제'를 갖추는 것"이라며 "각 사 대표이사는 내년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 사업 모델 전환에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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