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을 통한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한다. 달러·원 환율이 1470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을 위한 법 개정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에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외화채 발행의 타당성과 필요한 절차 등을 분석하고 있다. 외화채로 해외투자 자금 일부를 직접 조달하면 달러 매입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정부는 770조 원을 상회하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등이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 방안이 제도화되면 환헤지 등과 함께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추가로 생긴다는 분석도 기저에 깔린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같은 강수를 꺼내든 것은 달러·원 환율 상승이 원화 약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물가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은은 환율이 1% 오를 때 소비자물가가 0.03~0.04%포인트(p) 상승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산업구조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연금법은 기금 재원을 연금보험료, 기금 운용 수익금, 적립금, 공단의 수익·지출 결산상의 잉여금 등 4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할 수 없어 외화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은 복지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외화채는 부채 성격으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저하될 수 있다.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에 직접적으로 동원된다는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민연금과 한은 간 외환스와프 연장 계약 논의를 발표했다. 또 국민연금의 환헤지 비율을 기존 10%에서 15%로 높이는 방안도 시장에서는 거론되고 있다.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국민연금이 얻을 수 있는 환차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국내 경제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건 사실인데, 연기금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환율의 영향을 연기금도 굉장히 많이 받는다"라며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춰 연금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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