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간이식 환자 74%, 절제술로도 효과"…'AI 모델' 개발

뉴시스

입력 2025.12.09 09:42

수정 2025.12.09 09:42

간세포암 수술법 결정지원 'AI모델' 개발 성공 4529명 대규모 코호트 분석…맞춤치료 기대
[서울=뉴시스] 기존 임상적 결정과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권고에 따른 치료 생존률 모의 분석 결과.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기존 임상적 결정과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권고에 따른 치료 생존률 모의 분석 결과.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간세포암의 치료법인 간이식과 간절제술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알려주는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연구팀이 간세포암(HCC) 환자의 간이식과 간절제술 중 최적 치료법을 제시하는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지원 모델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한지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교신저자), 김현욱 가톨릭의대 의학과 학생(본과 4학년, 제1저자) 연구팀은 간세포암의 수술적 치료인 간이식과 간절제술 중 어떤 방식이 특정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될지 정교하게 판별하는 인공지능 판별 도구를 구현 했다.

간세포암은 원발성 간암의 가장 흔한 형태(약 80~90%)로 간 자체의 세포(간세포)에서 기원한 암을 말한다. 현재 간세포암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간이식이나 간절제술이다.



일반적으로 간이식은 암 자체를 제거하면서도 기저 간기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때문에 절제술 대비 재발이 적지만, 공여자 부족으로 모든 환자가 이식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간 기능이 좋고 단일 종양이며 위치가 좋은 경우에는 간절제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이제까지는 국제 지침에 따라 간이식과 간절제술 여부를 환자의 응급도와 기증자의 조건 등을 근거로 판단해왔다. 하지만 경계선에 위치한 회색지대(Gray-Zone) 환자의 경우 임상적 의사결정이 복잡해 이식이 필요한 환자를 정확하게 선별하도록 돕는 도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한지원 교수팀은 한국중앙암등록본부와 서울성모병원 데이터를 활용해 총 4529명 (유도 코호트 3915명, 외부 검증 코호트 614명)의 대규모 환자군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총 30개 변수(인구통계학적 요인, 임상 특성, 종양 관련 변수 등)를 활용해 인공지능 모델별 적합도를 평가했다. 평가방식은 각 인공지능 모델이 특정 환자의 다양한 변수를 기반으로, 환자가 간이식 혹은 간절제술을 받은 후 3년 생존율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을 성능 평가지표인 곡선하면적(AUROC)으로 평가한 결과, 간이식의 경우 데이터를 분류하는 최적의 경계를 찾는 지지벡터머신(SVM) 모델의 정확도는 82%, 간절제술에서 이전 예측의 오류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며 여러 결정 트리를 결합하는 캣부스트(CatBoost) 모델의 정확도는 79%를 기록했다.

모의 분석 결과 기존 임상적 결정과 비교하면 모델의 권고에 따른 치료는 사망 위험을 54%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 역시 매우 높았다.

이번에 개발된 AI 의사결정 지원 모델은 향후 기존 가이드라인으로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계선상 환자군에게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치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후 전향적 검증이 필요하겠으나, 다양한 변수를 종합 분석하여 환자별 위험도를 평가해 생존률을 향상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연구모델은 기존 간이식 환자의 74.7%를 간절제술로 재분류했고, 간절제술 환자의 19.4%에게만 간이식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간이식을 받는게 대체로 유리하지만 이식 후 관리나 공여자 문제가 크기 때문에 수술로도 비슷한 경과를 보이는 환자를 효과적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제한된 자원 문제와 직결되는 이식 질환 특성상, 공여 장기의 불필요한 사용을 줄여 꼭 필요한 환자에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환자 개인의 예후를 개선하면서도 사회적 차원의 효율성까지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 간암 치료에 정통한 의사과학자 교수의 지도하에 재학 중인 의과대학생이 도출한 성과인 만큼 '미래 의사과학자 양성'이라는 차원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다.

한지원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간암 환자 맞춤형 치료법 AI 모델은, 간절제술과 간이식 수술 예상에 따른 환자 개인별 생존 추정치를 제공해 최적의 치료 계획을 제공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수 의료 분야 강화를 위한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지난 5월 개최된 간질환 분야 국제학술대회(The Liver Week 2025)에서 우수구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