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건민 인턴 기자 = 2008년 쓰촨성 대지진의 생존자가 당시 자신을 구해준 구조대원과 우연히 재회한 끝에 결국 부부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서 열린 제5회 한족 전통 합동 결혼식에서는 37쌍의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중에는 신랑 량즈빈과 12살 연하의 신부 류시메이도 포함돼 있었다.
쓰촨성 대지진 당시 22세였던 량즈빈은 피해 지역에 파견된 군인이었다. 그는 무너진 건물 2층에서 철근과 벽돌 더미에 깔려 있던 10살 소녀 류시메이를 발견해 구조했다.
구조팀은 약 4시간 동안 잔해를 치워 아이를 구출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치료를 받고 회복한 류시메이는 가족과 함께 후난성 주저우시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건 2020년이었다. 당시 22세가 된 류시메이가 부모와 함께 창사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어머니가 옆 테이블에 앉은 남성을 바라보며 "저 사람, 너를 구해줬던 군인과 닮았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류시메이는 곧장 다가가 "나를 구해준 군인이 아니냐"고 물었고, 량즈빈은 처음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사연을 듣고 자신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류시메이는 먼저 량즈빈의 연락처를 물었고, 이후 두 사람은 연락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류시메이는 량즈빈의 성실함과 헌신적인 모습에 반했고, 결국 용기를 내 고백했다.
류시메이는 "감사함 때문에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면서 그가 내 삶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량즈빈 역시 류시메이의 진심에 마음을 열었다. 량즈빈은 "그녀는 내 삶의 한 줄기 빛"이라며 "힘들 때마다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를 일으켜 세우고 삶에 희망을 준다"고 전했다.
또 "그때 사람을 구한 건 군인으로서의 의무였지만, 지금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운명은 참 신기하다. 12년 전 구한 그녀가 12년 후 내 삶의 빛이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의 사연이 알려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 "잔해 속에서 시작된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졌다" "현실판 동화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driedmi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