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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F-16으로 캄보디아 공습…양측 7명 사망 '다시 전운'(종합2보)

뉴스1

입력 2025.12.09 10:50

수정 2025.12.09 10:50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맺었던 태국과 캄보디아가 재차 무력 충돌을 벌여 캄보디아인 6명과 태국군 1명이 사망했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국경지역에서 태국과 무력 충돌로 캄보디아인 사망자가 6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태국에서는 군 당국이 양일 간 국경에서 발생한 충돌로 태국군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번 무력충돌은 지난 7일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총격전을 두고 양측이 서로 정전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시작됐다. 당시 태국은 캄보디아군이 영토에 침입한 뒤 도로 보수공사 중이었던 태국군을 향해 발포해 태국군 2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는 이를 부인했다.

다음날 8일 무력충돌이 격화되자 태국은 F-16 전투기를 투입해 캄보디아에 공습을 벌였다. 태국 육군 대변인 윈타이 수바리 소장은 태국 측이 자위권 차원에서 캄보디아 포격진지, 드론지휘본부 등 여러 지역의 군사 목표물을 F-16 전투기로 타격했다며 "타격은 정밀했고 민간인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다.

캄보디아 국방부 대변인 말리 소치아타 중장은 태국군이 이날 F-16 전투기로 캄보디아 군대를 공격했고, 두 지역에서 총격을 가해 일부 민간인이 부상하고 집이 불탔다고 전했다. 소치아타 중장은 캄보디아가 어떠한 보복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경지대에서 전투가 재발하자 태국과 캄보디아에서는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태국에서는 캄보디아의 포격 우려로 캄보디아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태국인 40만 명 이상을 대피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도 국경지역 오다르 메안체이주에서 최소 1157가구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고 네스 피크트라 캄보디아 정보부 장관이 말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통치 시기 형성된 800㎞의 국경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여 왔다. 지난 7월에는 닷새간 벌어진 무력 충돌로 66명이 숨지고 3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의 중재로 지난 10월 평화 협정이 체결됐다. 그러나 지뢰 매설과 총격전 등 양측의 산발적인 충돌이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양측의 군사적 충돌이 확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웠던 평화 협정도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브라힘 총리는 "우리 지역은 오랜 분쟁이 대결의 악순환으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볼 여유가 없다"며 양측 모두에 전투를 중단하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태국군은 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캄보디아를 제압하기 위해 본격적인 군사행동에 돌입하고 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TV연설에서 "이제부터는 어떤 종류의 협상도 없을 것이다. 전투를 중단하려면 캄보디아는 태국이 정한 방침을 따라야 한다"며 협상에 응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차이야프루크 두앙프라팟 태국군 참모총장도 "군의 목적은 우리 자녀와 손자들의 안전을 위해 캄보디아의 군사력을 장기적으로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태국군이 캄보디아 영토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캄보디아 언론 크메르타임스는 태국군이 전차를 이끌고 캄보디아 국경마을에 병력을 전개하는 장면을 공개하며 "캄보디아 영토를 향한 대규모 군사침공"이라고 비난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려 "캄보디아는 어떤 이웃 국가의 합법적 주권도 침해할 의도가 없다"며 태국을 향해 "국경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고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