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유럽문명 소멸?…EU의장, 트럼프 향해 "동맹국 정치 간섭 마라"

뉴스1

입력 2025.12.09 10:54

수정 2025.12.09 10:54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며 '문명 소멸'을 경고하자 유럽연합(EU)이 강하게 반발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8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자크들로르 콘퍼런스에서 "동맹국은 다른 동맹국의 정치적 삶이나 민주적 선택에 개입하겠다고 위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5일 공개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에 대한 EU 최고위급 인사의 가장 강경한 발언이다.

논란을 촉발한 33쪽짜리 NSS는 유럽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문서는 유럽이 개방적인 이민 정책과 급격한 출산율 저하, 국가 정체성 상실 등으로 인해 "문명의 소멸이라는 엄혹한 전망"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유럽 대륙이 소멸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미국의 목표는 유럽이 현재 궤도를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반이민과 반EU를 내세우는 극우성향 정당들을 돕겠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코스타 의장은 "미국은 유럽 시민들을 대신해 어떤 정책이 옳은지,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없다"며 "미국은 우리의 비전이 무엇인지,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우리를 대신해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불쾌감을 표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은 어떤 국가로부터도 조언받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탈리아의 한 유럽의회 의원은 NSS가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문구로 가득 찬 EU에 대한 정면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NSS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EU의 정책을 비판하고 극우정당을 옹호했다.


한편 EU는 미국의 NSS 발표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디지털서비스법 위반을 이유로 1억2000만 유로(약 2000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