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9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 6일 갑작스럽게 사망했는데, 북한과 러시아 모두 구체적인 사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재 러시아 특명전권대사 마체고라 동지가 2025년 12월 6일 사망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에게 8일 조전을 보내셨다"라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조전에서 그의 사망을 '뜻밖에 별세'라고 표현했다. 또 주북 러시아대사관도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마체고라 대사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그가 11월 말 모스크바에 다녀오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고 언급하는 등 그가 갑작스럽게 사망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자국의 원로 인사들이 사망했을 때는 사인을 구체적으로 밝히곤 했다. 이에 마체고라 대사가 교통사고 등의 사고나, 급성 질환으로 돌연사해 북러 양측이 사인을 밝히지 않기로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그가 러시아 방문 중에 사망했는지, 평양에서 근무 중 사망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북한 전문가들은 그가 평양에서 사망했다면 교통사고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마체고라 대사가 사망하기 이틀 전인 지난 4일 평양에 폭설이 내렸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5일 '평양의 설경'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에선 과거에도 음주운전이나 과속, 열악한 도로 컨디션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고위직 간부들이 사망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지난 2015년 12월 29일 대남비서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김양건 전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도 신의주 출장 후 평양으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바 있다.
김용순 전 대남비서, 리제강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일각에선 북한 내부의 권력 암투 과정에서 교통사고로 위장한 '암살' 사건도 꽤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엔 북한 관광에 나섰던 중국인 32명이 황해북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주북 중국대사관을 찾은 일도 있었다. 북한 매체는 이를 '위로 방문'으로 표현했지만,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사실상의 사과 방문을 한 셈이다.
지난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북한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고 언급한 일화도 있다. 당시 김 총비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면서 "아시다시피 우리는 도로 사정이 안 좋으니 비행기로 오시면 잘 마중하겠다"며 북한의 낙후한 도로 상황을 인정한 바 있다.
일각에선 마체고라 대사의 사망 원인이 북한의 낙후한 인프라 문제였다면 북러 간 일시적으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마체고라 대사가 지난 6일 사망하고 북한 측은 나흘 만에, 러시아 외무부는 사흘 만에 공식 발표를 한 것도 양측이 민감하게 이 사안을 다룬 증거라는 해석이다.
마체고라 대사는 평양 주재 공관장 가운데 최장기 근무 대사였다. 1955년생인 그는 1999년 주북 러시아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를 시작해 주북대사관 공사참사관 등을 거쳐 지난 2014년부터 주북 러시아대사를 맡아왔다. 지난 2024년 '평양 무인기 사건' 때도 직접 나서 남한을 비난하는 등, 북한과 러시아의 우호를 '신념적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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