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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큰 산 넘었지만, 정치권 반발이라는 또다른 산 넘어야

뉴스1

입력 2025.12.09 11:17

수정 2025.12.09 11:21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0 대중 수출을 허용,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큰 산을 넘었지만, '국내 정치권 반발'이라는 또 다른 산을 남겨 두고 있다.

8일(현지 시각) 트럼프 행정부는 H200 칩의 대중 수출을 허가했다. 단, 이익금의 25%를 정부에 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H200은 지난 세대인 '호퍼'를 적용한 칩이지만 호퍼 시리즈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현재 엔비디아 칩의 주종인 블랙웰 시리즈보다는 못하지만, 기존의 호퍼 칩 중에서는 최고 사양인 것.

특히 중국 수출 전용 칩인 H20보다는 성능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H200은 H20의 2배 성능을 보이고, 특히 AI 훈련에 쓰이는 텐서 코어 연산 능력은 6배 이상이다.

중국이 이전 중국 전용 칩이었던 H20 사용을 금지한 것은 더 높은 사양의 수입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H200 수출을 허용함에 따라 중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이 일단 승리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칩을 수입해야 기술 표준을 미국이 선점할 수 있다고 트럼프를 꾸준히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미국 행정부는 H200 칩의 중국 수출 허용을 두고 치열한 논전을 벌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대표적 대중 강경파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은 대중 수출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백악관 AI 차르인 데이비드 색스와 하워드 러트릭 상무장관은 H200의 대중 수출을 지지했다.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에 이익의 25%를 지불하더라도 엔비디아는 이익이다. 최근 회계 분기에서 엔비디아는 총 마진이 73.4%였으며 570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 콜렛 크레스는 최근 "지정학적 문제가 완화된다면 분기당 20억에서 50억 달러 규모의 칩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총 마진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일단 젠슨 황의 승리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허용 직후 정치권에서 강력한 반발이 나왔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 민주당)이 “트럼프가 백악관 연회장 건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이 나온 것은 트럼프가 엔비디아의 대중 칩 수출을 허용하는 대신 이익금의 25%를 정부가 회수하기 때문이다.

현재 백악관은 동관을 철거하고 9만제곱피트(2500평) 규모의 연회장을 건설하는 공사에 이미 착수했다. 백악관은 기존 건물이 외빈을 초대하기엔 너무 좁다며 2억5000만달러(약 3550억원)를 들여 연회장 신축 공사를 하고 있다.

워런 의원이 이를 빗대어 트럼프를 비판한 것이다.

워런 의원은 더 나아가 "엔비디아 반도체 대중 수출 허용은 중국의 기술 및 군사 우위 추구를 가속화해 미국 경제 및 국가 안보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의회는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는 초당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젠슨 황이 큰 산을 넘었지만, 미국 정치권의 반발이 엔비디아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