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AI칩 中 수출 허용…삼성·SK도 '주시'

트럼프 "H200, 中 공급 허용할 것" 삼성·SK, HBM3E 공급망 확대 기대감 美에 25% 지불…실익 낮을 가능성도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농민들과 라운드테이블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2025.12.09.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미국이 엔비디아 최신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AI 칩 판매액 25%는 미국 정부에 내야 해 HBM 가격 압박 우려가 있는데다 중국 기업들의 자체 AI 칩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예상보다 수혜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엔비디아가 중국 및 다른 국가의 승인된 고객사에 H200을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0 판매액의) 25%가 미국 정부에 지불되고 미국의 제조업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내용도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H200 대중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한 셈이다.

그 동안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로 인해 성능을 크게 낮춘 AI 칩 'H20'만 중국에 판매해왔다. H200은 H20보다 성능이 2배 이상 좋고 가격도 높아 엔비디아로서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200의 수출 허용에 따라 HBM 공급 규모를 키울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200에는 5세대 'HBM3E' 6개가 필요해 양사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을 대거 구매할 가능성 또한 높다. 바이트댄스는 중국에서 엔비디아 칩을 가장 많이 구매한 회사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 공급망에 최근 합류한 만큼 HBM 판매 수혜는 더 커질 수 있다. 당초 엔비디아의 중국 AI 칩 매출은 150억 달러(22조원)에 달할 전망으로 점쳐졌다.

반면 예상보다 수혜 폭이 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내에서 자체 AI 칩 개발이 빨라지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엔비디아 칩 주문을 제한할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최근 엔비디아 H20의 신규 주문을 중단하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 HBM 물량을 완판한 상태라 H200의 물량을 당장 대량으로 받을 여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가 H200 판매액 중 25%를 미국 정부에 낸다면 이 비용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전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HBM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HBM은 AI 칩의 가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라 엔비디아는 HBM 공급 단가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최신 칩의 중국 수출로 삼성과 SK의 공급망도 일부 확장할 것"이라면서 "빅테크들의 HBM 수요가 이미 크고, HBM 시장이 6세대 HBM4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수혜 폭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래픽=뉴시스] 미국 및 중국 국기와 엔비디아 로고. 2025.04.16. hokm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