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대법원, 트럼프 '독립기관 공무원 해임권' 포괄적 인정 기류

뉴시스

입력 2025.12.09 11:35

수정 2025.12.09 11:35

트럼프, '민주당 몫' FTC 위원 해임 1·2심 '위법', 대법은 권한 인정할듯 연준이사 해임은 취소될 가능성도
[워싱턴=AP/뉴시스]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건물. 2025.11.06.
[워싱턴=AP/뉴시스]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건물. 2025.11.06.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립적 연방기관 공무원 해임 권한을 폭넓게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AP통신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8일(현지 시간) 리베카 켈리 슬로터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이 제기한 해임 불복 소송 관련, 원고 측과 행정부 측 대리인 존 사우어 법무차관을 불러 변론을 들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FTC 소속 슬로터 위원과 알바로 베도야 위원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해임했다. 이들은 민주당 몫으로 임명됐다.

해임된 슬로터 위원은 193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의 FTC 위원 해임 결정을 사후 제한한 '험프리의 집행자' 판례를 근거로 불복 소송을 냈다.



1·2심은 슬로터 위원 해임이 위법이었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9월 하급심의 슬로터 위원 복귀 명령을 일시 중단하는 임시 결정을 내린 뒤 본안 재판에 돌입한 상태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이날 심리에서도 대통령의 공무원 통제 권한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단일 행정부 이론'에 입각한 논리를 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로버츠 주니어 대법원장은 1935년 판례를 "말라붙은 껍질(dried husk)"이라고 지칭하며 오늘날의 FTC는 당시에 비해 광범위한 행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어디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 독립기관에 광범위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엄청난 헌법적·현실적 문제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닐 고서치 대법관도 "해당 기관(FTC)은 대통령이나 의회에 직접 책임지지 않는 비(非)선출 관료들이 통제하는 부적절한 '제 4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FTC를 비롯해 선거관리·제품 안전·원자력 규제 등 비당파적 업무를 맡는 독립기관에 대한 대통령 통제권 강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소냐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것은 정부 구조를 파괴하라는 요구"라고 지적했고,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모든 과학자·의사·경제학자를 해임하고 충성파로 교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미국 시민의 이익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WP는 "'험프리 판례'는 현대 규제국가 체제를 만든 중요한 판례로 널리 평가된다. 결정이 정치적 고려가 아닌 과학적 증거와 기술적 지식, 전문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 독립기관의 핵심 요체"라고 부연했다.

최종 판결은 2026년 7월께 내려질 전망이다. 대법원이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구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험프리 판례를 파기하고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인정하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은 본다.


한편 별도로 진행 중인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해임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주택담보대출 관련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쿡 이사를 해임했는데,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쿡 이사 즉각 해임을 거부한 뒤 불복 재판 절차를 시작한 상태다.


슬로터 위원과 달리 쿡 이사는 구체적 비위 의혹을 이유로 해임됐기 때문에, 법원이 이 판단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해임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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