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12·3 계엄 사과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의 장고가 길어지는 사이 소장파를 비롯해 영남권 의원들까지 가세해 장 대표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번 당내 갈등의 충돌 지점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정세판단의 차이다. 하루빨리 계엄에 대한 사과를 통해 이른바 '윤어게인'과 단절을 요구하는 소장파와 12월 연말 대여투쟁·내년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1심 선고까지는 봐야 한다는 장 대표 등 지도부 사이에 괴리가 있는 셈이다.
소장파로 꼽히는 박정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연말 연초 사이에 뭔가 변화된 모습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는 분들이 제법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지도부는 또 2월 설 연휴 전 이 언저리를 또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연일 지적하고 있지만 당 지지율이 5~6개월째 20% 초반에 머무는 주요 원인을 강성 지지층에 기댄 정치라고 판단하고 여기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중진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를 지역구로 둔 주호영 의원은 지난 8일 지역 언론인과 가진 정책토론회에서 장 대표를 향해 "윤 어게인 냄새가 나는 방법은 맞지 않는다"며 "자기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에서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했다.
한때 대표적 친윤이자 경남 지역구인 윤한홍 의원은 지난 5일 장 대표가 주재하는 당 공개회의 석상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들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 백약이 무효"라고 했다.
그동안 장 대표의 행보에 별다른 언급을 안했던 중진들까지 나서는 것은 그만큼 내년 지선을 앞두고 텃밭에서부터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장 대표의 입장이 바로 바뀌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장 대표 입장에서 지금 갑자기 (스탠스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본인이 바뀐다고 중도층이 호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방선거 출마자들 입장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장 대표도 지난주부터 당 소속 의원들과 개별 면담에 나서고 있다. 전날에도 초선과 중진 의원들을 만나 등 소통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경청하며 이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도부에서는 이미 계엄 1년이라는 최악의 시기를 지난 상황에서 서둘러 사과하는 게 큰 의미가 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10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 압박에 대해 맞서 싸워야 하고, 이를 기점으로 중도층 흡수 등에 나설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내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면 다시 한번 당 차원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지금 어떤 입장을 밝힌다해도 다시 한번 사과 목소리 등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장파들도 당 지도부 흔들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선을 앞두고 이제 막 100일이 지난 당 대표로서 고충도 이해하지만 보다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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