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장, 개회식서 '사법 접근성' 성과 강조
세종 한글 창제 빗대기도…"그럼에도 불신 높아"
사법개혁 명분인 '사법 불신·재판 지연' 의식한 듯
법학교수회장 '중립' 강조…법무장관은 '국민' 부각
여권 중심의 사법개혁 명분으로 꼽히는 재판 지연과 사법 불신 등에 대응해 사법부의 성과와 재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법조계 인사들의 발언으로 눈길을 끈다. 차관이 대독한 법무부 장관의 축사는 국민을 강조했다.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 방향과 과제' 개회식에서 준비된 개회사를 읽기 전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취지를 이어 받아 사법부가 사법 접근성을 높여 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천 처장은 "이번 공청회는 엄중한 현실과 사법개혁 과제 앞에서 저희 사법부로서는 굉장히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자신이 착용한 한글 자모 28자가 담긴 넥타이의 의미를 소개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재 세계 선진 사법의 가장 큰 화두는 시민들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는 부분에 있다"며 "세종대왕께서 그 당시까지 지식인층과 귀족층이 독점하던 문자 권력과 사법 권력을 서민들에게 돌려줘야 되겠다는 큰 염원을 품고 한글 28자를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해석한 한글 창제의 취지를 앞서 9월 22~23일 대법원이 개최한 '세종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해외 법조인들에게 소개하니 공감을 얻었다고 그는 전했다.
천 처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많은 국민들이 사법에 대한 높은 불신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에 대해 저희 사법부는 깊은 자성과 성찰을 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은 "공청회의 주요 의제가 여럿이지만 축약하자면 사법의 신뢰와 독립, 그리고 공정성의 개선 및 확보 방안"이라며 "사법의 독립은 국민의 신뢰에 기반한 것이다. 그리고 공평무사의 중립적 태도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계약법 체계가 자유와 경쟁의 결과물을 일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중립적 태도를 원칙으로 취하고 있어 재산권 보호와 같은 정의가 보호된다고 했다.
최 회장은 "계약은 마치 스포츠 경기와 같다"며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하지만 결과는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자유와 경쟁에 맡겨 놓되 그 결과에 대해 중립적인 것과 같다"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우리는 나의 주관을 조금 양보하는 선에서 중립을 표방하거나 아니면 중립을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법이 규범력을 발휘하려면 이러한 사사로움을 덮고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공청회 개회식에 불참했다. 축사는 이진수 차관이 대독했다. 정 장관은 축사에서 "‘정본청원’(正本淸源)'이라는 옛말이 있다. 근본을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라며 "모든 제도는 시대와 환경을 반영하여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 변화 속에서도 제도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공청회는 오는 11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사법개혁 법안들의 연내 처리를 추진하고 있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일부에 대해 위헌성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논의 내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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