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사건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피의자에게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경찰관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의정부경찰서 소속 정 모 경위(52)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 5200만 원을 선고하고 2억 5150만 원 추징을 명했다.
정 경위가 수사를 무마하려고 한 대출중개업자 김 모 씨(43)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경찰 공무원은 누구보다 관련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피고인들로부터 2억 원 뇌물을 수수했다"며 "김 씨를 위해 공무상비밀누설죄, 허위공문서작성죄 등 여러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고, 공무원의 직무 공정성 등을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씨에 대해서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뇌물 수수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면서도 "여러 피해자를 기만해 3억 원을 편취하고 용서받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 경위는 사기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김 씨에게 "사건을 모아서 모두 불기소해 주겠다"며 뇌물을 요구해 2억 원 이상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정 경위는 김 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관할로 주소지를 옮기자 김 씨가 피의자인 사기 16건을 넘겨받아 불송치 결정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기 사건 16건의 총 피해 금액만 10억 원이 넘는다.
검찰이 확보한 메신저 내역에 따르면 정 경위는 김 씨에게 '무튼 오늘 돈 줘 다 불기소해 버릴 테니까', '나 오늘 살려주면 내일 출근해서 ○○건은 불기소로 정리해 볼게', '하나는 약속할게 A 씨 절대 구속은 안 되게 할 거야'라며 사건 처분과 관련해 언급했다.
정 경위는 '내년부터 수사권 독립되고 바뀌는 시스템은 △△이(김 씨) 세상이다', '불기소를 내가 마무리한다는 거 매력 있지 않아? 어느 검사보다 나을 거야', '봉 잡은 거야'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 경위는 A 씨에게 사건기록을 유출하고, A 씨가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처럼 피의자 신문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있다.
또 사건 기록에서 A 씨가 사기 피해금 일부를 자신에게 보낸 계좌 거래내역과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고소장 등을 발견해 조작하고 빼낸 뒤 3년 동안 캐비닛에 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정 경위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A 씨가 도주하자 4건의 사건을 수사 중지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3년 뒤 검찰에서 A 씨가 구속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수사 중지 사건 4건을 수사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경위는 A 씨가 도주하는 과정에서 도피 자금으로 3850달러(약 500만 원)를 제공한 혐의도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