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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회야"..'탈팡족' 유치戰 발발..이커머스 판도 바뀔까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9 16:57

수정 2025.12.09 16:56

주요 이커머스업체들. AI로 생성한 이미지
주요 이커머스업체들.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커머스업계의 '탈팡족 잡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쿠팡이 이번 사태로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입은 사이 추격자들이 새로운 혜택과 프로모션 강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9일 데이터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1594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퇴 여부 점검과 비밀번호 변경을 위해 접속이 몰리며 이달 1일 역대 최고치(1798만여명)를 찍었지만 닷새 만에 200만명 이상 줄어든 수치다. 업계에서는 "아직 추세를 단정하긴 이르지만, 쿠팡을 떠나거나 다른 서비스를 함께 써보려는 탐색 수요가 생긴 건 분명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 계열 이커머스 SSG닷컴은 내년 1월 장보기 혜택을 전면에 내세운 신규 유료 멤버십 '쓱세븐클럽'을 선보이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결제 금액의 7%가 자동 적립되는 구조로, 적립금은 이마트·트레이더스 배송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 등 그룹 내 서비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TVING) 혜택을 옵션 형태로 붙여 콘텐츠와 배송·할인을 결합한 구독 모델을 시도한 점도 기존 멤버십과 차별화 포인트다. 쿠팡이 '로켓와우'에 쿠팡플레이를 얹어 락인 효과를 키운 것처럼 SSG닷컴도 장보기와 OTT를 묶어 쿠팡발 이탈 수요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른 플랫폼들도 쿠팡 악재로 생긴 수요 공백을 겨냥해 멤버십과 혜택 구조를 다시 손보며 이용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멤버십 유지율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형 프로모션을 강화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서 넷플릭스를 선택한 고객을 대상으로 예능 '흑백요리사2' 출연 셰프 초대 식사권을 제공하고, 신청자 중 1000명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하는 '네넷 다이닝'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쿠팡 멤버십을 재검토하는 고객층이 늘어난 시점에 맞춰 콘텐츠와 멤버십 결합 가치를 부각시킨 것이다.

컬리는 가격 장벽을 낮춰 '첫 구독' 수요를 끌어오는 데 집중하고 있다. 12월 신규 가입자에게 멤버십을 두 달간 100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운영하며 쿠팡 로켓와우를 해지한 뒤 다른 장보기 서비스를 시험해보려는 고객층 흡수에 나선 모습이다. 11번가는 빠른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을 전면에 내세우고, '월간 십일절' 등 시즌형 기획전과 연계해 생필품 배송 경쟁력을 부각하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의 대체재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급할 때 쓸 수 있는 배송 서비스'라는 인식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쿠팡도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앱 접속 시 할인쿠폰이나 적립금을 제공하거나, 일부 고객에게 개별 혜택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멤버십 해지와 탈퇴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탈퇴하려고 들어갔다가 쿠폰 때문에 다시 주문했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쿠팡발 이커머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실제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흔들리자 다른 업체들이 빈틈을 파고드는 분위기"라며 "당장 판도가 바뀌는 건 아니지만 소비자 눈높이가 바뀌면 멤버십 경쟁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