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고현심 시인의 첫 시집 '파동(波動)의 서(書)'가 출간됐다.
의사이자 시인인 고현심의 시집 '파동의 서' 마지막 장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진단의 방에서 들리던 그 파동이 결국 바다의 노래로 이어져 우리 모두의 시간을 밀어 올린다는 것을. 이 울림을 채록(採錄)하는 고현심의 문장은 절제된 흑백의 대비를 선호한다. 초음파 영상의 언어와 정확히 상응하는 선택이다.
그는 흑/ 백, 빛/ 그늘, 보임/ 가림 사이의 틈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고 ‘작은 호흡’과 ‘고요한 세계’의 느린 리듬에 말을 맞춘다.
이 시집이 해체하는 것은 전능한 영상의 신화이고, 세우는 것은 겸허한 청취의 윤리다. 파동은 결과표가 아니라 관계의 사건이며, 거울 앞의 응시는 일방의 권력이 아니라 상호주관성의 훈련이다. 그러므로 '파동의 서'는 기술(技術)의 기록이 아니라 관계의 기록이다.
강영은 시인은 "고현심의 시집 '파동의 서'를 파동의 시학과 돌봄의 윤리라는 두 축으로 읽는다. 제주에서 태어나 현재 의사로 일하는 시인은 2016년 등단 이후 초음파 진단실의 검은 화면 앞에서 매일 마주한 미세한 떨림과 침묵을 언어로 번역해 왔다. 이 시집에서 ‘파동’은 △몸의 내부를 비추는 기술적 현상 △타자의 고통에 다가가는 청취의 태도 △세계를 재배열하는 이미지의 규칙으로 삼중화된다. 초음파실의 검은 화면에서 출발해 섬의 바람과 물결의 결로 이어지는 이 파동의 시학은 시인이자 의사로서의 삶을 집약한 시의 원리이자 돌봄의 윤리로 귀결된다"고 분석한다.
김영탁(문학청춘 주필) 시인은 "의사이자 시인인 고현심의 첫 시집 '파동의 서'는 초음파의 파동 속에 숨은 생명의 진동을 시로 옮긴 깊은 성찰의 기록이다. 병실의 어둠과 흑백의 영상 속에서 그는 인간 존재의 고통과 회복, 생과 사의 경계를 응시하며 ‘살아 있음은 하루하루의 기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평한다.
고현심 시인은 "긴 시간 곁에서 믿음과 사랑으로 함께해준 가족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당신들의 따뜻한 존재가 있었기에 나는 오늘의 시를 쓸 수 있었다. 이 시집의 파동들이 독자의 마음에도 고요히 스며들어, 각자의 내면 깊은 곳에서 또 다른 울림으로 번져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고현심 시인은 제주도 서귀포시 위미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영상의학과 전문의)했다. 2016년 월간 '문예사조'에 '서귀포 바닷가' 외 2편을 발표하면서,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솔동산문학·위미문학회 동인, 서귀포문인협회(부지부장)·서귀포문화원(부원장)과 제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현재 서귀포 열린병원 영상의학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파동의 서/ 고현심 지음/ 황금알 펴냄/ 128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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