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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간병 지쳐" 함께 삶 마치려던 남편 살해 아내, 2심 감형

뉴시스

입력 2025.12.09 15:38

수정 2025.12.09 15:38

자해 시도하다 구조돼…징역 4년→징역 3년 선처
[광주=뉴시스] 광주고등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광주고등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투병 이후 재활 중인 남편과 함께 생을 마치려다 실패하자 살해한 뒤 자신도 숨지려 했던 아내가 2심에서 감형 받았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 부장판사)는 9일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 징역 4년을 받은 50대 여성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광주 한 도로에서 남편 B씨가 몰던 승용차 안에서 그를 흉기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A씨 부부는 처지를 비관해 함께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30여년 결혼 생활을 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뤘던 부부는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지자 최근까지 재활 생활을 했다.



A씨도 헌신적으로 병 간호를 하며 도왔지만 지쳐 호흡 곤란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았다.

부부는 투병과 간병 과정에서 힘겨운 삶을 버티기 어렵고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함께 탄 차량으로 단독 교통사고를 냈다.

남편 B씨가 몰던 차량은 보호 난간(가드레일)을 들이받는 단독 사고가 났으나 부상에 그쳤다. 이후 아내 A씨는 남편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이후 자신도 극단 선택을 시도했으나 중상을 입고 구조돼 치료를 받았다.

앞선 1심은 배우자와 함께 세상을 떠나고자 교통사고를 일으켰으나 계획이 실패하자 범행한 점, 스스로도 깊은 고통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점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신병적 우울증과 불면증에 환각 증상까지 동반, 현실 검증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남편의 '자신 없다'는 말을 듣자 남편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 자녀들의 부담감 등으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은 인정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심신미약을 인정해도 추가로 형을 감경할 사유까지는 해당하지 않는다.
범행으로 인해 재활 치료 중이던 남편 B씨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은 자녀들에게도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간병·보호가 필요한 배우자를 살해한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다만 결혼 이후 범행 전까지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했던 점, 남편의 발병 이후 3개월여 정성껏 간병한 점, 아버지를 잃은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이 거듭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다시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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