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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단, 세관 마약밀수 의혹 무혐의 처분…백해룡은 세관 압색(종합2보)

뉴스1

입력 2025.12.09 16:42

수정 2025.12.09 17:17

동부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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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범 A가 실황조사 과정에서 공범에게 허위 진술을 시키는 장면 / 서울 동부지검 제공
밀수범 A가 실황조사 과정에서 공범에게 허위 진술을 시키는 장면 / 서울 동부지검 제공


백해룡 경정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백해룡 경정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강서연 기자 =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세관 직원 연루 및 경찰청·관세청의 외압 행사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합수단(채수양 단장)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관 직원의 마약밀수 범행 관여 여부 및 경찰·관세청 지휘부의 직권남용 여부에 대해서는 (무혐의) 사건처분 및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핵심 의혹 2가지에 대해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셈이지만 백 경정은 "세관이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반박에 나섰다.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경찰, 허위 증언에 놀아났나

당초 세관 직원들은 2023년 1월 27일 말레이시아 국적 마약 밀수범들과 공모해 필로폰 약 24㎏을 밀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세관 직원들이 농림축산부의 일제검역을 거치지 않고 밀수범들이 세관 검색대를 통과하게 조력했다는 것이 골자다.



합수단은 마약 밀수범들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경찰 인천공항 실황조사 영상에서 "밀수범들이 '말레이시아어'로 서로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했다.

영상에는 피고인 A가 피고인 B에게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영상 찍으려고 하잖아. 지금은 그게 중요해", "솔직하게 말하지 말라고. 나 따라서 이쪽으로 나갔다고 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당시 말레이시아어 통역 대신 중국어 통역을 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인 2명은 분리되지 않고 함께 조사를 받았는데, 이 중 2개국어가 가능한 피고인 A가 B의 진술 통역 역할까지 맡으면서 허위 진술을 유도한 것이다.

합수단은 경찰이 말레이시아어로 짜인 허위 진술을 믿고 이를 토대로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합수단은 △밀수범들끼리 주고받은 편지에서 "세관 관련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는 내용이 확인된 점 △밀수범들의 세관 관련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모순되고 핵심적인 내용이 계속 변경되는 점 △합수단 조사 과정에서 마약 밀수범 전원이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실토한 점 등을 무혐의 근거로 들었다.

수사 외압 의혹…외압 아닌 '적법 지시'로 판단

합수단은 경찰청과 관세청 지휘부가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봤다.

수사외압 의혹은 2023년 9월에서 10월쯤 영등포서가 세관 공무원 수사에 나서자 경찰청과 관세청 지휘부가 브리핑 연기 및 보도자료 수정을 지시하고 사건을 서울청에 이첩하라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이 의혹은 당시 영등포서에 형사과장이자 현재 합수단 내 개별팀에서 수사 중인 백해룡 경정이 제기하며 수사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합수단은 지휘부가 외압을 행사할 동기가 없었고, 브리핑 수정 등 지시 내용도 적법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세관 직원들의 마약밀수 가담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외압을 행사할 동기나 필요성이 없었고, 실제 대통령실의 개입이나 관여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브리핑 연기 및 보도자료 수정 지시는 경찰 공보규칙에 따른 상급청 보고절차 이행 및 보도자료 중 부적절한 내용 수정을 위한 적법한 업무지시로 확인됐다"고 했다.

사건 이첩 검토 지시와 관련해서는 "시·도 경찰청에서 중요 사건에 대한 수사주체를 결정해 지휘할 수 있도록 한 경찰 내부 규정에 따른 적법 지시로 확인됐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백 경정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전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습니까"라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백 경정은 세관 관련 수사에서 빠졌다는 말에 2023년 10월, 조병노 전 서울청 생안부장이 '올바른 스탠스입니다. 국감에서 야당이 정부를 엄청 공격할 텐데, 우리가 야당 도와줄 일 있습니까'라고 말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합수단이 통화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야당, 올바른 스탠스"라는 표현은 백 경정이 한 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정은 조 전 생안부장이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 전에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라 피력해 왔다. 이에 조 전 생안부장은 "수사부, 본청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에도 백해룡에게 그런 연락을 했느냐는 의미로 말한 것이지, 자신도 '대통령실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합수단은 녹취록의 전체적인 흐름과 표현을 보면 조 전 생안부장의 진술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합수단은 대통령실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의자들의 주거지·사무실, 경찰청(본청)·서울청, 인천세관 등 3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여기에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총 46대를 포렌식 수사하는 등 통신 내역 분석에도 나섰으나 "피의자들이 대통령실 관련자와 연락한 내역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합수단은 오히려 백 경정이 경찰 공보규칙을 깰 뻔했다고 문제 삼았다.

경찰 공보규칙상 수사사건을 공보하는 경우에는 미리 직근 상급기관 수사부서장 및 홍보부서장에게 공보내용 및 대상에 관해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백 경정은 미리 보도자료를 만들어 둔 상태에서 본청 국가수사본부 주무 부서 관계자에게 "보강할 것을 짚어보라"며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백경정은 인천공항세관 압수수색을 앞두고도 '세관 관련 수사'를 예고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려 했는데, 합수단은 이로 인해 "수사기밀 유출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백 경정이 확보한 증거는 밀수범들의 진술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관 측 피의자 역시 특정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므로 이에 관련된 보도는 경찰의 공보규칙에 위배된다.

합수단 발표 직후 백해룡 "세관 가담한 정황 증거 차고 넘쳐"

백 경정은 합수단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세관이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검찰 사건기록 상으로도 충분히 소명된다"고 했다.

그는 이날 △인천공항세관 △김해세관 △서울본부세관 △인천지검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 6곳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며 독자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백 경정은 "검찰이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마약밀수 사업에 세관 가담사실을 인지하고 사건을 덮었다"며 "오히려 밀수를 방조한 정황도 기록상 여러 군데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합수단, '檢 사건 은폐·무마 의혹'은 수사 계속

합수단은 "수사가 종결된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결과를 우선적으로 발표하게 됐다"며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 중 세관 직원의 마약밀수 범행 관여 여부 및 경찰·관세청 지휘부의 직권남용 여부에 대해서는 사건처분 및 수사를 종결한다"고 했다.

단 "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검찰의 사건 무마·은폐 의혹, 김건희 일가의 마약밀수 의혹 등에 대해서는 백해룡 경정팀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중간 수사결과는 현재 윤국권 검사팀과 백해룡 경정팀으로 나누어진 합수단 구성 중 윤 검사팀의 수사 내용만을 기반으로 한 발표다.

이는 백 경정이 지난 10월 16일 합수단 첫 출근일부터 합수단에 대해 '불법 단체'라고 규정하고 개별적인 수사팀을 편성한 데 따른 조처다.
동부지검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 중 소위 윤팀과 백팀 간에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합수단은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수사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국적 마약밀수 범죄단체 조직원 6명과 유통책 한국인 2명을 범죄단체활동 및 특가법위반(향정)죄로 기소했다.


추가로 인적 사항이 특정된 해외 소재 조직원 8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 및 입국 시 통보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