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창원 택시기사 살인' 16년만 재심 여부 첫 심리열려

뉴스1

입력 2025.12.09 17:09

수정 2025.12.09 17:09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인 보조로브 아크말 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가 9일 창원지법 재심 개시 결정을 위한 심리에서 변론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9 ⓒ 뉴스1 박민석 기자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인 보조로브 아크말 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가 9일 창원지법 재심 개시 결정을 위한 심리에서 변론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9 ⓒ 뉴스1 박민석 기자


(창원=뉴스1) 박민석 기자 = 경남 창원에서 2009년 발생한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의 범인 중 한 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16년째 복역 중인 보조로브 아크말 씨(36·우즈베키스탄)의 재심 여부를 가를 법원 심리가 9일 열렸다.

창원지법 형사2부(김성환 부장판사)는 이날 아크말 씨 강도살인 혐의에 대한 재심 청구 개시 결정을 위한 첫 심리를 열었다.

아크말 씨 사건은 2009년 3월 창원시 명서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 주차된 택시에서 택시 기사 A 씨(50대)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A 씨에게는 끈으로 목을 졸린 흔적과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

관할 경찰인 창원서부서는 범인이 손님인 척 택시에 탔다가 A 씨를 살해하고 돈을 훔쳐서 달아났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택시에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전날 밤 영업 중이던 A 씨를 본 목격자도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러던 중 같은해 7월 창원중부서에서 택시 강도 사건을 벌인 아크말 씨 등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3명이 검거되면서 사건은 급변했다.

창원중부서가 아크말 씨의 자백을 받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크말 씨는 1심 재판애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항소를 거쳐 2010년 4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아크말 씨의 재심 사건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청구 변론에서 △위법한 수사 △형식적인 국선변호 △부실한 재판 심리 속에 유죄 판결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은 당시 피고인의 한국어 사용 능력에 대해 '통역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경찰에서의 첫 피의자 조사와 영장실질심사 이후 진행된 조사, 첫 실황 조사는 통역인 없이 진행됐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통·번역은 충분하지 않았고, 일부는 사실관계가 왜곡된 정황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피고인을 체포·구속하면서 영사기관에 통보하지 않고, 영사 접견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체포 당시 피고인은 19세의 미성년자였지만 이에 대한 절차적 권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경찰관들이 수사 과정에서 아크말 씨를 폭행하고, 자백하면 불법 체류자인 누나와 매형을 감옥에 보내지 않겠다고 자백을 유도한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사는 피고인 자백과 모순되는 피해 택시 이동 경로 관련 폐쇄회로(CC)TV 기록, 국과수 감정결과, 통화내역 및 기지국 수사자료, 진범 관련 제보, 창원서부서 수사자료 등 피고인에 유리한 증거들을 송치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경찰은 자백 외에 뚜렷한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자백을 뒷받침하거나 자백과의 모순을 제거하기 위해 수사 보고 등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또 "1심 국선변호인은 변론 재개 이후 절차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의견서 1장만 제출했고, 2심 국선변호인이 결심 공판에 제출한 변론요지서 전체 분량 2장 중 피고인 관련 부분은 5줄, 3심 변호인은 3개월간 단 한 차례만 접견을 왔다"며 "국선변호인들의 형식적이고 부실한 변호는 신규성 판단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 피해자 A 씨의 아내와 자식들도 피고인의 재심과 재수사를 간절히 바란다"며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모든 법적 권리와 방어권을 온전히 보장한 상태에서 공정하고 의심 없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검찰 측은 재심 청구에 대해 서면 의견서 제출로 구술 의견을 갈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년 2월 12일 오전 11시에 2차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변론을 마친 박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이 사건은 당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들이 상당 부분 누락된 사건이다.
유력 용의자에 대한 몽타주를 경찰이 만들어 전단도 배포했는데 다 숨겼다"며 "2월 심문 기일 전까지 여러 기관에서 오는 자료들을 잘 분석해 정리하고, 3월부터 진행할 당시 수사 경찰에 대한 심문을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