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AI 3대 강국 갈길 멀다…"韓 데이터센터 전력량, 美 22분의1·中 12분의1"

뉴시스

입력 2025.12.09 17:31

수정 2025.12.09 17:31

국회 과방위, AI 제정법 공청회에서 AI 데이터센터 진흥법 등 논의 "AIDC 70% 수도권 집중…송전망 부족 극복 위해 지방 유인 등 필요" "인허가 등으로 신축에 3년 이상 소요…개선 않으면 골든타임 놓쳐"
구글의 AI 챗봇 제미나이 나노바나나로 그린 AI 데이터센터의 모습. (사진=제미나이) *재판매 및 DB 금지
구글의 AI 챗봇 제미나이 나노바나나로 그린 AI 데이터센터의 모습. (사진=제미나이)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약 8TWh(테라와트아워)로 중국의 12분의 1, 미국의 22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데이터센터가 취약한 상황입니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된 'AI 제정법 공청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한국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 빅테크발 AI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을 위한 전력 및 인허가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 강국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특례법 제정을 통한 신속한 인프라 확보의 필요성 제기에 입을 모았다.



◆"AI 패권 경쟁 속 韓 전력 인프라 취약…AIDC 지방 유인 등도 필요"

박 교수는 AI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력 공급이 결정적인 요소임을 강조하며 한국의 현주소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전기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을 인식하고 정부 주도로 무제한 전력 공급을 위한 송배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2030년까지 원전 50대 규모인 50GW(기가와트) 수준의 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하며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한국은 전력 소비량이 미·중 대비 미미한 수준임을 수치로 지적했다.

한국의 전력 인프라 취약성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수도권 전력 수요 불균형을 꼽았다. 박 교수는 "수도권은 전국 전력 소비의 40%를 차지하지만 자급률이 66% 정도밖에 되지 않아 공급이 부족하고, 이를 비수도권에서 공급받고 있다. 결국 송전망 건설이 필수적이나 이는 현실적으로 장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현재 AI 데이터센터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은 송전망 부족으로 인해 전력 공급 안정성 저하, 비용 증가,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와 같은 환경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시급성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는 지방 유인이 극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 계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수도권으로의 수요 분산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비수도권도 여러 제한이 있을 수 있는 만큼 AI 데이터센터와 인근 발전기 간 직접 거래 허용 등 방안 모색을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韓 입지는 최상인데 제도 문제로 속도전 뒤쳐져…신축 위한 인허가 등 개선해야"

나연묵 단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I 데이터센터가 기존 데이터센터와 달리 고밀도 랙(80kW), 수냉식 쿨링 장비 등을 필요로 함을 강조하며 AI 데이터센터 신축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한국은 지진이 없고 전력 품질이 좋은 최적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데이터센터 신축에 3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은 AI 속도전에서 치명적"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지연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몰려오고 있던 데이터센터 붐이 동남아시아로 빠져나가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주요 걸림돌로 10MW 이상 센터에 대한 한전의 전력 계통 영향평가, 독립적 건물 유형 부재로 인한 다양한 규제, 전자파 발생 주장으로 인한 악성 민원 등을 꼽았다.

또 "고밀도·수냉식 쿨링이 필수적인 AI 데이터센터 특성상 기존 레거시 센터 리모델링보다 신축이 더 바람직하다"며 국회에 발의된 AI 데이터센터 진흥 법안이 인허가 일괄 처리, 전력 거래 특례, 타임아웃제 도입 등 AI 데이터센터 구축 어려움을 극복하는 패스트트랙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의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2.09.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의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2.09. kmn@newsis.com
◆"AIDC 범위 더 넓혀야…수도권 내 투자에 대한 조세 감면 등 필요"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AI 경쟁의 핵심 요소인 속도전에 집중해 법안의 실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AI 데이터센터의 규율 대상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입법 취지 실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범위 설정을 좀더 확대해야 한다. 기존 데이터센터의 AI 데이터센터로의 전환 또는 확장이 지원 대상에 포함돼야 시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사무총장은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있는데, 거리가 멀수록 데이터 전송 속도는 저하되고 통신 요금은 증가한다는 문제도 고려해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며 "수도권 내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해서 AI 기술과 동일한 조세 감면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사업자들이 수도권 내 기존 데이터센터 시설을 활용한 신속 투자로 AI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후 장기 투자 계획을 통해 지방 AI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형태가 된다면 조속한 AI 경쟁력 확보와 국토 균형 발전이라고 하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조 사무총장의 분석이다.

◆"AIDC 구축 위한 인허가 단축 등 필요…국가 전략 인프라로 접근해야"

유남선 데이터센터협의체 분과장과 한성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 전략연구소 소장은 각각 인허가 단축의 실질적 이점과 AI 데이터센터의 국가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분과장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한 인허가 일괄 처리가 지자체의 거부감과 민원으로 인한 지연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주기적으로 관련 기술 내용을 반영해서 (법을) 개정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AI 기술 속도전을 고려할 때 기존 데이터센터의 AI 데이터센터 전환에 대해서도 법안의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소장은 AI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략 인프라임을 강조하며 단순 비용 논리가 아닌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진흥법에 필요한 것은 크게 전력, 환경 규제, 세제 지원 문제 등 3개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현재 AI 데이터센터 관련 소관이 국토부 등 5개 부처에 분산돼 있어 일괄성이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공청회 참석자들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3개 AI 데이터센터 진흥 법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면서도, 법안 통과 과정에서 부처 간의 조율과 실효성 확보를 위한 범위 확대 및 세제 지원 등의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