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원식 '필버' 나경원 마이크 끄고 정회 선포…"진행 방해"(종합)

뉴스1

입력 2025.12.09 18:31

수정 2025.12.09 18:54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2025.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2025.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손승환 박기현 홍유진 임윤지 기자 =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의제를 두고 강하게 맞붙었다.

우 의장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안건과 무관하다며 마이크를 끄자, 국민의힘이 고성 항의에 나서면서다. 이후에도 대립이 계속되자 우 의장이 정회를 선포하며 필리버스터가 중단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상정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 107인은 즉각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나 의원이 오후 4시 28분경 발언을 시작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쟁점이 큰 법안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향후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날 여야는 나 의원의 필리버스터 시작부터 고성을 주고받았다.

우 의장이 연단에 오른 나 의원을 향해 "인사 안 합니까"라고 하자, 나 의원은 "조금 이따 말씀드리겠다"고 맞받았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정신 차려", "인사해라" 등을 연신 외쳤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용히 하라"고 항의했다.

우 의장은 필리버스터 시작 약 10분 후인 오후 4시 39분경 "가맹사업법 (관련) 무제한토론을 하러 나오신 것 맞냐. 이것은 의사진행을 방해하려는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나 의원의 마이크를 껐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에게 "제2의 추미애"라며 '우미애'를 연호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발언 중 마이크를 자르는 건 추미애 법사위원장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 의장은 "마이크를 일부러 안 주는 게 아니고 나 의원이 사회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가맹사업법 의제 속으로 들어가겠다 하면 마이크를 켜드리겠다"고 반박했다.

나 의원의 발언권 제한 시간이 길어지자 본회의장에는 무선 마이크도 등장했다.

우 의장은 "세상에 무선 마이크를 국회 본회의장에 갖고 오는 게 어디 있느냐"며 "사과하라"고 했다. 나 의원은 "제가 갖고 온 게 아니다"며 맞섰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본회의 도중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오늘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는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이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독단적 본회의 진행이자 법률 규정을 무시한 의장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의장직을 민주당 지부로 격하시키고, 국회의장도 '개딸' 눈치 본다는 사실을 잘 알게 해 줬다"며 "의회 독재에 부역한 국회의장, 직권을 남용한 아첨자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 의장과 나 의원은 무선 마이크 반입 관련 유감 표명을 놓고도 설전을 이어갔다.

우 의장이 "본회의장에서 개인 유튜브용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감 표명하라"고 말하자, 나 의원은 "사과를 하려고 해도 들어야 하지, 소리 지르는데 무슨 사과를 하느냐"고 따졌다. '사과하라', '듣고 얘기하라' 등 여야 의원들의 고성도 계속됐다.

결국 우 의장은 "정상적인 토론이 안 된다.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나 창피해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오후 6시 19분경 정회를 선포했다.

국회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건 지난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당시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김병기 민주당 의원(현 원내대표)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져, 방역 차원에서 중단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