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범 김민수 기자
박윤영, 주형철, 홍원표.
KT(030200)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 최후의 3인이 추려졌다. 정통 KT맨은 2명, 외부 출신은 1명으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ICT 기업 경영이나 정책 설계, 관료 경험을 쌓은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오는 16일 소액결제 사태로 흔들리는 KT의 조직 안정화와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변화를 이끌 리더십을 갖췄는지 집중 검증을 받을 전망이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9일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7명의 차기 대표 후보 면접을 진행하고, 이들을 3명으로 압축한 '쇼트리스트'를 공개했다. 심층 면접 대상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등이다.
위원회는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 자격요건에 따라 기업경영 전문성, 산업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을 기준으로 서류 심사 및 비대면 면접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유력 후보로 꼽힌 박윤영 전 사장은 2019년과 2023년 KT 대표에 도전했다. 경선 때마다 유력 후보로 꼽혔으며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다. 2019년에는 구현모 전 대표와 경쟁했으며, 2023년 초 구 전 대표의 연임 포기 이후 진행된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윤경림 전 KT 사장과 최종 후보 자리를 다퉜다. 같은 해 8월 KT가 대표 후보를 다시 선정할 때도 윤 전 사장의 이름이 올랐다.
박 전 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한국통신 입사 이후 30년 넘게 KT에서 근무한 정통 KT맨으로,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 사업 흐름 이해도가 높아 취임 즉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간 거래(B2B) 신사업을 주도하며 클라우드·AI·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복합 전략을 추진해 온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산업 전환 속도에 비춰 '새 얼굴'에 힘이 실릴 경우 경쟁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주형철 전 대표는 유일한 KT 외부 출신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1965년생인 주 전 대표는 대전 대신고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SK텔레콤에서 통신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했으며, SK컴즈,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을 거쳤으며, 이재명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또 이재명 정부에서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만, SK컴즈 대표 시절인 2011년 7월 네이트 및 싸이월드 회원 3500만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겪으며 자리에서 물러난 이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현재 KT가 무단 소액결제 및 해킹 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관련 사고 이력이 있는 주 전 대표가 차기 KT 대표로서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홍원표 전 대표는 KTF 시절 전략기획조정실장을 맡았던 KT 출신이다. 홍 전 대표는 모바일과 플랫폼, 인공지능(AI), 클라우드를 비롯해 보안 부문에서 두루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KT가 보안 거버넌스 재정비를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보안 전문성을 갖춘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력 상당 부분을 삼성과 SK그룹에서 쌓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KT 경험이 얕다는 지적을 받는다.
1960년생인 홍 전 사장은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1987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1988~1994년 벨연구소 매니저를 거쳐 1997년 KTF 마케팅부문장을 맡았다. 2002년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담당임원이 됐다. 이후 삼성전자 부사장, 사장을 거쳐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SDS 사장,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2023년 SK쉴더스 대표를 맡았다.
앞서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1일까지 인선자문단을 거쳐 총 33명의 후보 중 절반 수준인 16명을 추렸다. 이후 이달 2일 후보를 7인으로 압축했다. 최종 면접은 이날 결정된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16일에 진행해 당일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사회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 해당 후보는 2026년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KT 신임 대표로 최종 선임된다.
한편 KT 노동조합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차기 CEO는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통신 전문가가 선임돼야 한다"며 내부 출신 선임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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