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제도 개편 공청회…與 개혁안 두고 우려 계속
1심 처리기간 늘어난 데 비해 상고심은 외려 감소
복잡 재판·법관 연령 늘어나…"대법관 증원은 오진"
내란재판부 도입·법원행정처 폐지 두고 비판 제기
재판 중계 두고 '쇼츠 재판' 부작용 지적 우려 나와
재판 지연을 해소하려면 대법관 증원보다 1·2심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에 대해서는 사법 정치화를 우려하는 날 선 비판도 나왔다.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에 따른 재판 중계를 두고 영상을 짜깁기해 '숏폼' 영상으로 만들어 재판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법원행정처가 9일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법률신문사와 공동 개최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 방향과 과제'의 첫 주제 '우리 재판의 현황과 문제점' 토론회에서는 재판 지연 문제가 1·2심 단계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 출신 기우종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고법판사는 "2010년대 중반까지는 효율성 중심의 사법 절차가 이뤄지면서 재판 지연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어느덧 재판 지연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돼 버렸다"고 짚었다.
통계도 제시했다. 지난 2017년에 견줘 지난해 1심 민사합의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49%, 형사합의 사건은 31% 각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상고심의 경우 2014년 대비 지난해 평균 처리일수가 민사합의 사건은 15.6% 줄었고, 형사공판 상고심의 미제 건수는 같은 기간 2.5% 감소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연의 원인으로 ▲읽을 것(기록)이 많아지고 어려워졌다는 점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재판 중단 영향 ▲법관 평균 연령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사건당 평균 기록 면수의 경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를 기준으로 2014년 245.8쪽에서 2023년 1149쪽으로 늘었다. 기록이 1000면 이상인 사건 수는 2014년 814건에서 지난해 1957건으로 2.4배 이상 늘었다.
또 경력을 쌓은 변호사, 검사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시행 시점인 지난 2012년을 기준으로 지난해까지 전체 법관의 평균 연령은 5.8세, 신규 법관의 평균 연령은 6.3세가 각각 높아졌다고 짚었다.
토론자인 공두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구 분포에 따르면 법관 퇴직자는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신규 임용이 200명에 가까운 규모가 돼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원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법관 임용이 급감한 점을 원인으로 짚은 것이다.
시민사회 토론자는 입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대법관 증원 추진을 두고 "오진에 기초한 잘못된 처방"이라고 했다. 대법관이 늘어나면 재판연구관을 맡아야 하는 부장판사급이 필요해 하급심 판사 부족을 심화 시키고, 궁극적으로 상고심이 더 폭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인으로 구성된 사법행정위원회를 도입하는 여권 개편안에 대해서도 "정치가 사법행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재판에 개입하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외부의 감시는 강화하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인사·예산의 핵심 권한까지 외부에 넘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재판 중계 활성 문제가 화두였다.
유아람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인터넷 시대에는 외부 시청자를 의식한 주장 및 진술, 정보 편집과 왜곡을 통한 재판부 압박 등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며 "긍정적 효과를 제고하면서도 부정적 측면을 통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공적 성격을 가진 공직자의 업무수행 관련 사건, 사안의 중대성 등 국민 알 권리 보장 필요성이 큰 사건을 중심으로 중계를 부분 허용하자고 제언했다. 영국 대법원처럼 '오락이나 풍자 목적의 재판 중계 영상 사용 금지' 규정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토론자인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정보편집과 왜곡, '쇼츠 재판' 등 공정한 재판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재판중계가 재판공개원칙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의견엔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과 피고인 등 양 당사자 간의 증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도입 방안, 판결서 공개 확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3번째 주제로는 '국민의 사법참여 확대'를 주제로 노동법원 설치와 국민참여재판 확대 문제가 논의됐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피고인이 원하지 않거나 법원의 배제 결정으로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상사건 수 대비 3.7% 수준인 1만832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있었으며 그 중 3080건(29.0%)만 실제로 이뤄졌다.
발제를 맡은 이종길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 강화 및 신뢰 확보, 재판의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살인, 강도살인 등 중대 사건인 고의 생명 침해 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피고인 의사와 무관하게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꼽았다.
또 국민참여재판법에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관의 재량으로 배제 결정이 포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조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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