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합수단 파견 D-35 백해룡, 제기한 의혹 무너지며 난관 봉착

뉴스1

입력 2025.12.09 20:42

수정 2025.12.09 20:42

동부지검 마약 외압 수사 합수팀에 파견 지시를 받고 첫 출근한 백해룡 경정이 서울 동부지검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0.16/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동부지검 마약 외압 수사 합수팀에 파견 지시를 받고 첫 출근한 백해룡 경정이 서울 동부지검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0.16/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서울 동부지검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이 9일 세관 직원 연루 및 수사 외압 의혹을 무혐의 처분하며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백해룡 경정의 입지가 수세에 몰렸다. 합수단 파견이 35일 남은 시점에 백 경정팀 수사 동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합수단은 이날 중간수사 결과 보도자료를 내고 "세관 직원의 마약밀수 범행 관여 여부 및 경찰·관세청 지휘부의 직권남용 여부에 대해서는 (무혐의) 사건처분 및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백 경정이 제기한 핵심 의혹 2가지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것이다.

백 경정은 자신이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2023년 1월 23일~2월 27일까지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 21명, 총 36여명이 13차례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에 침투했다고 보고 있다.

백 경정은 이들이 복부, 허벅지 등 신체에 부착한 필로폰만 최소 120㎏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합수단은 마약 밀수범들의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고, 밀수범끼리 말레이시아어로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장면이 확인됐다며 세관 직원들의 연루는 혐의없음 처리했다.

백 경정은 합수단의 발표 후 △인천공항세관 △김해세관 △서울본부세관 △인천지검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 소식을 전했을 뿐, 윤 검사팀의 주장을 뒤집을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그는 "세관이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정황 증거가 차고 넘친다", "검찰 사건기록 상으로도 충분히 소명된다"며 "검찰이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마약밀수 사업에 세관 가담 사실을 인지하고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이를 뒷받침할 수사 근거 역시 제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백 경정의 압수수색 신청 관련 보도자료 배포가 검·경의 공보규칙을 모두 위반하는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증거인멸 우려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물밑에서 진행되는 압수수색 영장 신청 절차가 보도자료로 배포되는 일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백 경정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뉴스1과의 통화에서 "3년이 되지 않았나. 이미 다 알고 증거를 인멸한 부분이 굉장히 많고, 최근에 160억 원을 들여 전자통관 시스템 자체를 교체했다"라며 "다 알지만 알고 대비해도 감출 수 없는 것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 각 기관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직접적 증거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는 "중앙지검, 인천지검에서 취급한 사건 기록에 증거들이 다 드러나 있다. 세부적인 부분만 확인하면 된다"며 "수사 기록은 지문과도 같아 감춰지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번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세관 마약 의혹 관련 검찰 가담 의혹과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을 밝히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관련 의혹이 무혐의 처리 된 상황에서 공보규칙마저 어긋난 압수수색 영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검사 출신 법조인 A 씨는 "영장이 나올 확률은 낮다. 지금 (동부지검 합수단은) 무혐의가 맞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 단계에서 기각될 확률이 90% 이상이다"라고 전망했다.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다면 파견 기간이 35일 남은 백 경정으로서는 수사 성과를 내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합수단에 소속된 윤국권 검사팀과 백해룡 경정팀은 각자, 별도로 수사를 이어 왔다. 양측 간의 수사 및 정보 공유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검사팀은 지난 6월에, 백 경정팀은 지난 10월에 만들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백 경정이 갑작스레 동부지검에 파견되면서다.

두 팀 간의 협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려 백 경정은 이 대통령의 지시 이튿날부터 "기존에 있는 합수단은 불법 단체로 규정했다"고 각을 세웠고 출근 첫날인 지난 10월 16일에는 "공직자로서 신념이 처음 흔들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백 경정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이 부여되지 않아 11월 13일까지 제대로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첫 출근 이래로 55일, 파견 기간까지 35일이 남은 현시점에서 백해룡 경정팀이 어떤 근거로 어떻게 수사를 마무리 지을지, 합수단 전반을 지휘한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