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현 김세정 홍유진 기자 =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가맹사업법을 두고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10일 0시 회기 종료로 본회의가 산회 되면서 끝났다.
첫 주자로 나선 나경원 의원이 안건과 무관한 발언을 한다는 이유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도중 한차례 본회의를 정회하며 진통을 겪었지만, 2시간여 만에 속개됐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4시 26분쯤 연단에 섰지만, 우 의장은 가맹사업법 반대 토론이라는 의제에 맞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3분 만인 오후 4시 39분쯤 마이크를 껐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에게 "제2의 추미애"라며 '우미애'를 연호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발언 중 마이크를 자르는 건 추미애 법사위원장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쟁점이 큰 법안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향후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나 의원의 발언권 제한 시간이 길어지자 본회의장에는 무선 마이크도 등장했다. 우 의장은 "세상에 무선 마이크를 국회 본회의장에 갖고 오는 게 어디 있느냐"며 "사과하라"고 했다. 나 의원은 "제가 갖고 온 게 아니다"며 맞섰다.
우 의장과 나 의원은 무선 마이크 반입 관련 유감 표명을 놓고도 설전을 이어갔다.
우 의장이 "본회의장에서 개인 유튜브용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감 표명하라"고 말하자, 나 의원은 "사과를 하려고 해도 들어야 하지, 소리 지르는데 무슨 사과를 하느냐"고 따졌다. '사과하라', '듣고 얘기하라' 등 여야 의원들의 고성도 계속됐다.
결국 우 의장은 "정상적인 토론이 안 된다.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나 창피해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오후 6시 19분경 정회를 선포했다.
국회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건 지난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당시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김병기 민주당 의원(현 원내대표)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져, 방역 차원에서 여야 합의로 중단된 바 있다.
이후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우 의장은 속개 여부를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정회 중 "우원식 국회의장의 사과 (요구)와 아울러 법적 조치에 대해서 검토하겠다"며 본회의 속개를 요청했다.
실랑이 끝에 우 의장은 오후 8시 31분쯤 본회의를 속개하며 "나경원 의원이 의제 외 발언을 금지한 국회법 102조 및 무선 마이크 무단 반입으로 회의 진행 방해 물건 반입을 금지한 국회법 148조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회의장 상황이 토론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워 국회법 145조가 규정한 정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정회했다"며 "앞으로도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할 것이나 국회법을 위반하는 행위까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에 몰려가 "사과하세요", "국회의장이 잘못한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장석으로 다가가 "불법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켰다"며 "규정에 없다"고 고성으로 따졌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의 사과 요구에 "정회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무슨 사과를 하라고 하는 거냐"며 거부했다.
본회의 속개 21분 만에 나 의원이 다시 연단에 올라 필리버스터를 이어갔지만, 우 의장과 나 의원 간 신경전은 되풀이됐다.
나 의원은 "가맹사업법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패스트트랙으로 올라왔는데 패스트트랙의 취지에 맞춰서 과연 이 법안이 논의됐느냐. 그 설명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의장 마음대로 필리버스터를 무조건 박탈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뭐가 다르냐"라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반입했던 마이크가 목소리 증폭용이 아닌, 기록·녹취용이라고도 반박했다.
나 의원이 필리버스터 도중 이번 중단 사태에 대한 항의를 이어가자 우 의장이 "의제 안으로 들어와서 하라"며 "국회의장도 인내에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나 의원은 이에 아랑곳 않고 "민주당이 사법부 독립을 형해화하기 위해서 지금 5대 사법 악법 파괴를 내놓고 있다"며 "이렇게 대한민국의 삼권분립을 형해화해도 되겠느냐"고 발언했다.
이에 우 의장은 다시 본회의를 정회하지는 않았지만 나 의원의 마이크를 37분 가까이 중단하기도 했다.
나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10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정기국회 회기 종료로 본회의가 자동 산회 되며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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