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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럽에 또 독설…"약한 지도자들이 이끄는 쇠퇴하는 집단"(종합)

뉴스1

입력 2025.12.10 04:10

수정 2025.12.10 04:10

(워싱턴·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에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유럽에 대해 "쇠퇴하고 있다"며 거듭 독설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에 대해 "그들은 약하다. 너무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유럽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유럽이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명백히 더 우세한 입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유럽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지도자들과 만나 평화안에 대해 논의한 뒤 수정안을 다시 만들었다. 우크라이나는 곧 미국에 수정된 평화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뗄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라고 답한 것과 관련해서는 "맞는 말은 아니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라면서 "그들이 협상에 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유럽이 이민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지지한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의 유럽 구상과 일치하는 유럽 정치 후보들을 지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나흘 전 미국이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의 세계관을 상당 부분 재확인했다고 지적했다.

NSS에는 유럽이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면 '소멸'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가입을 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영원히 확장되는 동맹이라는 인식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는 "푸틴 이전부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해가 있었다"면서 "솔직히 푸틴 이번부터 그랬는데 그들(유럽)이 압력을 가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전쟁 전) 젤렌스키가 푸틴을 만나러 갔을 때 젤렌스키는 크림반도를 되찾고 싶고, 나토 회원국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젤렌스키는 사기꾼 조 바이든에게 3500억 달러를 받아냈지만, 결과는 어떠했나. 그의 나라 약 25%가 사라졌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한 입장도 재확인했다. 다만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 작전에 대해선 "배제하고 싶지도, 확정하고 싶지도 않다"며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교체를 원하는지에 대해선 "그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 마약 거래가 활발한 다른 국가들로 작전을 넓힐 가능성을 고려하겠느냐는 질문엔 "물론이다. 그럴 것이다"고 답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미국이 공격한 마약 운반선의 생존자에 대해 2차 공격을 가하도록 명령해 사망하도록 함으로써 '전쟁 범죄'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의회에서 증언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가 하든 말든 상관없다"면서 "원하면 하라고 하라. 그는 일을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스스로 'A+'라고 평가했다. 미국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 요소로 최근 부각하고 있는 '생활비부담(Affordability)'에 대해서는 "이해해야 할 것은 제가 엉망진창인 상황을 (바이든으로부터) 물려받았다는 것"이라며 이전 정부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오바마케어 보조금 만료로 수백만 명의 보험료 인상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보조금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매우 간단하다. 돈을 보험 회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라고 말해 보험사 이익 구조 전면 재편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해외 순방과 관련해 "제가 해외 나갈 때는 오직 미국을 위해서이다"라면서 "예를 들어 중국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것은 미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등 나라들과 거래하는 것은 수조 달러에 달한다"라며 경제적인 성과를 강조했다.

출생시민권 폐지 논란과 관련, 대법원이 소송 심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 폐지 결정을 내린다면 '이미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적용 여부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솔직히 그 부분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그 판례는 노예들의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지, 부유한 사람이 우리나라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온 가족이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을 위하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해 확대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미국 내에서 출생한 아이라도 부모가 불법체류자이거나 영주권자이지 않을 경우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연방 하위 법원들은 이 명령이 헌법(제14차 수정헌법의 시민권 조항)에 위배된다고 보고 전국 단위에 걸친 시행을 금지하는 '예비 금지명령'을 잇달아 내렸고,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인터뷰는 폴리티코가 향후 1년간 유럽 정치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선정한 것을 계기로 백악관에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