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란이 미국과의 외교적 협상 대신 전쟁이라는 위험한 선택지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이란 지도부는 현재의 협상을 해법이 아닌 '함정'으로 여기며, 약한 합의보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오히려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는 단기적인 군사적 패배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전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나스르 교수는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전이나 미군 사상자 발생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미국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더라도 이란은 역내 대리세력을 통원해 미군 기지와 동맹국을 타격하고 호르무즈 해협 등 핵심 에너지 수송로를 위협해 전쟁의 비용과 범위를 확대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이 길어지고 피해가 커질수록 미국 내 정치적 압박이 커져 결국 출구를 찾기 위해 미국이 협상에 나서리라는 게 이란의 판단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전쟁이 이란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최근 반정부 시위로 분열된 국내 여론을 결집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나스르 교수는 이란이 전쟁을 불사하려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이란의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목표가 합의가 아닌 '정권 교체'라고 확신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가혹한 제재를 복원한 데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용인한 전례 때문이다.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게 1차 걸프전 이후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처럼 급격한 붕괴나 서서히 고사하는 '느린 죽음'을 맞이하는 길이라고 우려한다.
나스르 교수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정권일수록 가장 위험한 도박을 감수하기 쉽다"며 "서방 세계가 이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