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비슷한 행사로 '롤라팔루자'가 있다. 시카고 도심 한복판 공원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매년 약 40만명의 관객을 맞이하며 전석 매진 행진을 이어가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음악 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7월 30일~8월 2일에 진행된다. 제니는 2026 롤라팔루자 시카고 헤드라이너로 확정됐다.
이처럼 K팝이 세계 최정상 페스티벌의 간판을 장식하는 시대다. 아이돌은 해외 페스티벌을 찾아 나서고, 세계는 K팝에 열광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는 이를 담을 만한 무대가 없다.
물론 국내 음악 페스티벌 시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워터밤,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 등의 무대에 아이돌 라인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무대와 코첼라는 급이 전혀 다르다. 코첼라는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미디어와 팬이 집결하는 문화외교의 장이고, 출연 하나만으로 아티스트의 글로벌 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상징적 무대다. 이 축제들이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것은 단순한 라인업이 아니라 '이 무대에 서야 진짜'라는 문화적 권위다. K팝 아티스트들이 그 무대를 갈망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K팝이 해외 페스티벌을 찾아가야만 하나. 세계가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페스티벌은 왜 없을까. 이제 고민해볼 때다.
물론 우리나라 대표적인 행사로 'KCON'이 있다. CJ ENM이 2012년부터 운영해온 이 글로벌 K팝 페스티벌은 누적 오프라인 관객 220만명을 넘어섰다. 2012년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멕시코, 호주,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14개 지역에서 개최하면서 K팝 아티스트의 해외진출 발판 역할을 해왔다. BTS가 신인 시절 KCON 무대에 선 후 지금의 BTS로 성장했다.
그러나 KCON은 한계가 있다. 이 무대는 기존 K팝 팬덤을 타깃으로 한 팬 행사의 성격이 강하다. 아이돌 중심의 라인업, 팬미팅과 사인회 등 팬덤 밀착형 프로그램 구성은 이미 K팝을 좋아하는 이들의 축제다. 장르적 다양성이 제한적이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행사가 해외에서 열린다. K팝을 세계로 '수출'하는 구조이지, 세계를 한국으로 '유인'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류 콘텐츠가 하나의 산업을 넘어 국가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금, 외국인 관람객이 '서울에 꼭 가봐야 하는 이유'가 되는 세계적 음악 축제를 한국에서 기획해야 할 때가 됐다.
마침 지난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민간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 이 위원회는 K팝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 정책 설계에 직접 뛰어든 첫 사례다.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온 그가 국가 전략의 설계자로 나선 만큼 한국 대중문화의 판 자체를 바꾸는 그림을 기대하고 있다. 민관이 손잡고 '한국판 코첼라'의 청사진을 그린다면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K팝은 이미 세계의 언어가 됐다. 이제 필요한 건 해외를 끌어들일 만한 우리 손으로 만든 거대한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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