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내의 휴대전화에서 외도 정황을 발견한 남편이 자신이 확보한 문자와 사진을 소송 증거로 쓸 수 있는지 법률 조언을 구했다.
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8년 차 남편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아내는 대형 호텔의 지배인이다. 직업 특성상 주말에도 근무해야 하지만 틈틈이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아내의 태도는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괜히 의심하는 남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애써 모른 척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점점 커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어느 날 밤, A씨는 아내가 샤워하러 들어간 사이 식탁 위에 놓인 휴대전화 알림을 봤다. 화면에는 "오늘도 보고 싶어요"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A씨는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닐 거라고 몇 번이나 되뇌었지만 저도 모르게 제 손은 아내의 휴대전화로 향했다. 비밀번호는 너무 쉽게 풀렸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휴대전화에는 아내가 한 남성과 거의 매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 남아 있었다. "오늘 즐거웠어" "남편은 눈치 못 챘지?"라는 메시지와 함께 찍은 사진, 통화 기록, 호텔 예약 문자도 확인됐다고 했다.
A씨는 "급하게 제 휴대전화로 화면을 촬영했다. 샤워기 물소리가 멈출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토로했다.
며칠 뒤 A씨는 고민 끝에 아내에게 외도 여부를 물었다. 아내는 싸늘한 표정으로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었다.
A씨가 알림을 보고 휴대전화를 확인했다고 말하자 아내는 "고소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당신이 모아둔 자료도 법적으로 쓸 수 없을 거다"라며 강하게 맞섰다.
A씨는 "배신당한 사람은 저인데 어느 순간 제가 잘못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너무 혼란스러웠다. 저는 확보한 자료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은데 아내의 말처럼 정말 불리한 상황인지 알고 싶다"라고 조언을 구했다.
우진서 변호사는 배우자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자료가 외도 소송에서 자주 문제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도 소송을 준비하는 의뢰인 상당수가 배우자의 휴대전화에서 문자, 통화 기록, 사진 등을 확보해 온다"며 "다만 상대방 동의 없이 휴대전화에 접근하는 과정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나 비밀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우 변호사는 "부부 사이라고 해서 상대방 휴대전화에 무제한으로 접근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밀번호가 설정된 휴대전화를 몰래 열람했다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 변호사는 확보한 자료가 곧바로 증거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최근 판례를 보면 통신비밀보호법이 적용되는 몰래 녹음과 달리 휴대전화 문자나 사진 등은 수집 경위와 침해 정도에 따라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며 "실제 재판에서 해당 자료가 채택돼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고 조언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