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만든 것도 경쟁력" 단일종목 레버리지 외면한 ETF 운용사들 [fn마켓워치]
규제 직전 12.4조→8452억원…거래대금 93.2% 급감 NH아문디·타임폴리오, 열풍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패싱' 한양證 투자위험 선제 경고…"무엇을 안 만들지도 경쟁력"
[파이낸셜뉴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열풍이 규제 이후 급속히 식으면서 상품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던 자산운용사들의 선택과 운용 철학이 주목받고 있다. 한때 '상품 부재'로 보였던 선택이 시장 과열과 규제 후폭풍을 거치며 운용 철학과 리스크 관리의 차이로 재평가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하루 거래대금은 기본예탁금 규제 시행 직전인 지난 7월 30일 12조4485억원에서 이달 7일 기준 8452억원으로 93.2% 급감했다. 지난 5일에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도 예탁금 산정에서 제외해 현금으로만 3000만원 이상을 보유해야 신규·추가 매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신규 상장 잠정 중단과 광고 금지 조치도 시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NH아문디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선택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실제 NH아문디자산운용은 레버리지 ETF 출시 요건을 갖추고도 단일종목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반도체·인공지능(AI)·피지컬AI 등 장기 산업 성장성을 겨냥한 메가트렌드 ETF에 집중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단기적인 변동성을 추종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메가트렌드에 투자하는 것이 회사의 ETF 전략과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액티브운용의 명가'로 꼽히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역시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배수로 추종하기보다 종목 선택과 비중 조절을 통한 액티브 분산투자 전략을 고수했다. 사측 고위 관계자는 "액티브 ETF 전문 운용사로서 분산투자와 장기 운용 원칙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왔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회사의 운용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증권업계에서도 투자 위험성을 선제적으로 알리는 움직임도 나왔다. 한양증권은 지난 7월 말 '레버리지 투자주의보' 금융교육 콘텐츠를 공개하고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의 구조와 위험성을 경고했다.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에서는 기초자산이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레버리지 ETF에서는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상품을 출시한 운용업계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나왔다. 'ETF의 아버지'로 꼽히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투자 중단을 공개적으로 권고한 데 이어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시켜야 한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변동성이 커지고 등락이 반복될 경우 일일 재조정과 복리 효과로 상품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ETF 시장의 경쟁 기준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새로운 ETF를 얼마나 빨리 내놓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며 "앞으로는 무엇을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는지도 운용사의 리스크 관리와 철학을 보여주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mail protected] 김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