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게임업계… 제작비 급등에 속앓이
크래프톤 매출 1조2902억 ‘선두’
콘솔시장 하락·숏폼 공습 등 위기
장수 IP 키우고 개발 효율화 박차
크래프톤이 올해 2·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넥슨을 넘어 국내 주요 게임사 선두에 올랐다. 넥슨도 상반기 매출이 처음 2조5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주요 게임사들이 잇따라 호실적을 내면서 외형상 게임업계는 순항하고 있지만, 넥슨은 오히려 '게임산업이 지난 30년 사이 가장 힘든 시기'라는 진단을 내놨다. 잘 나가는 실적과는 달리 게임업계가 체감하는 위기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크래프톤 첫 선두…넥슨도 반기 최대
16일 주요 게임사의 2·4분기 실적을 종합해보니 크래프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크래프톤은 매출 1조2902억원, 영업이익 4109억원을 기록하며 두 부문 모두 처음으로 넥슨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9%, 67% 증가한 역대 2·4분기 최대 실적이다.
크래프톤의 성장을 이끈 것은 기존 흥행작과 신작의 동반 선전이다. 'PUBG: 배틀그라운드' IP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가운데 지난 5월 얼리액세스로 출시된 '서브노티카 2'가 22일 만에 판매량 500만장을 넘어섰다.
넥슨도 밀리지 않는 성적을 냈다. 2·4분기 매출 1조1390억원, 영업이익 2943억원으로 크래프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고 영업이익은 17% 감소했지만 두 지표 모두 회사 전망치를 웃돌았다.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와 '아크 레이더스' 흥행에 힘입어 상반기 누적 서구권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두 회사 모두 역대급 성적을 냈다. 크래프톤은 매출 2조6616억원, 영업이익 9725억원을 기록했고 넥슨도 매출 2조5603억원, 영업이익 8379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넥슨의 상반기 매출이 2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씨도 2·4분기 매출 7705억원, 영업이익 17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1053% 증가했다. '리니지 클래식'이 분기 매출 1855억원을 올리며 PC 게임 부문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역대급 실적에도 "힘들다" 왜?
실적만 보면 게임업계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위기론을 꺼내들었다. 패트릭 쇠더룬드 넥슨 회장은 지난 13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게임산업은 지난 30년 사이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부담은 게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이를 회수하는 구조의 변화다. 서구권 시장이 위축되고 콘솔 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 제작비가 급등하면서 60~100달러대 패키지 게임의 사업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넥슨의 진단이다. 프로젝트 취소와 스튜디오 폐쇄,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유튜브·숏폼 등 영상 플랫폼이 이용자의 여가 시간을 흡수하면서 게임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부상했다는 위기론도 커져왔다.
이런 환경에서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일회성 판매에 의존하는 사업 방식의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게임사들이 AI를 활용한 개발 효율화와 프로젝트 선별에 나서는 배경이다. 동시에 이미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을 확보한 장수 IP를 안정적인 성장 기반으로 활용하는 전략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2·4분기 실적에서도 장수 IP의 힘은 확인됐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엔씨는 리니지가 각각 실적을 견인했다.
쇠더룬드 회장은 "넥슨은 수십 년에 세대를 넘어서 성장하는 거대하고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 기반의 자체 IP를 보유하고 있다"며 "시장의 침체는 플레이어와 인재, 투자자가 원하는 것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델과 전략을 가진 넥슨 같은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를 갈라 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주원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