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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 임필성 감독, ‘원초적 욕망’을 어른 동화로 풀어내다(인터뷰)

입력 2014.10.13 08:38수정 2014.10.13 08:38
‘마담 뺑덕’ 임필성 감독, ‘원초적 욕망’을 어른 동화로 풀어내다(인터뷰)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성향인 ‘욕망’. 임필성 감독은 ‘남극일기’, ‘헨젤과 그레텔’, ‘인류멸망보고서’ 등 매번 자신의 작품에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담아왔다. 임필성 감독 또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기에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는 작품을 통해 게임을 화려하게 벌이고 있다.

“그동안 외국의 반응과 다른 국내의 반응을 여러 번 경험했어요. 한편으로 ‘왜 한국 관객과 소통하지 못했을까’ 하면서도, 모두를 공감시키지 않더라도 개성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도 감독의 의무라 생각했죠. 그러한 새악도 상황이 도와주지 않으면 지킬 수 없지만 저는 운이 좋아서 좋은 배우나 투자 제작사를 만나 작품을 계속해올 수 있었죠.”

확실히 ‘마담 뺑덕’의 임필성 감독은 달라져 있었다. 그는 대중과 좀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해 소통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담 뺑덕’은 사랑에 대한 우화에요. 상황에 따라서는 성인 동화라고도 할 수 있죠. 고전 ‘심청전’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았던 학규와 덕이의 이야기에 집중했죠. 관객들이 스산한 가을에 침착하게 욕망이라는 감정의 어두운 여정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며 안타까워하면서 사랑의 모든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담 뺑덕’ 임필성 감독, ‘원초적 욕망’을 어른 동화로 풀어내다(인터뷰)

정우성은 ‘마담 뺑덕’을 통해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그는 스무 살 처녀를 사랑하고 매몰차게 버림으로써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나쁜 남자 학규로 분했다. 이솜 또한 첫 주연작으로 치정 멜로를 선택하며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마담 뺑덕’을 통해 정우성을 발견하는 보람을 느꼈어요. 감정 신들을 찍을 때 우성 씨를 보면 처음 하는 장면들이 많았었죠. 애아버지, 교수, 타락하고 망가져가는 인물 등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모습들이죠. 어두운 정서를 묘사하거나 스릴러나 치정 멜로 장르에도 상당히 어울리는 배우구나 느꼈죠. 미술이나 조명에 집착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남자가 봐도 아우라가 있는 배우에요. 이솜 양은 원석이나 야생화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훈련된 여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가식적인 면이 없었거든요. 훈련받지 않은 배우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감성과 포텐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요. 또 아역들이 가지고 있는 천재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있어 제 예상보다 120% 이상으로 잘한 장면들이 있어요. 20대 중반의 새로운 주연 배우들을 발견했다는 보람을 느껴요.”

‘마담 뺑덕’ 임필성 감독, ‘원초적 욕망’을 어른 동화로 풀어내다(인터뷰)

한참이나 주연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던 임필성 감독은 가장 화제가 됐었던 베드신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다. 배우, 작품과 더불어 주목받았던 것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우면서도 확고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담 뺑덕’을 기획하면서 ‘베드신을 위한 베드신을 찍지 말자’라고 다짐했죠. 관객의 성적인 기호나 흥분 등을 맞춰주는 장면을 찍고 싶지 않았어요. 수위는 높지만 캐릭터나 스토리에 연관이 깊은 신을 담으려 했죠. 베드신은 파격적인 정사 이후에 큰일을 만드는 사랑의 모티프죠. 열정이 파괴됐을 때 무시무시한 상황과 폭주하는 남자로 추락하고 있는 학규의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죠.”

‘마담 뺑덕’ 임필성 감독, ‘원초적 욕망’을 어른 동화로 풀어내다(인터뷰)

고전의 따뜻한 정과 뭉클함과는 다른 ‘마담 뺑덕’의 차갑고 어둡게 느껴지는 ‘마담 뺑덕’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임필성 감독의 마음은 누구에게 향해 있을까.

“‘마담 뺑덕’은 결혼 5년차 이상의 생활에 권태기를 느끼는 주부나, 결혼을 앞두고 밀회를 즐기고 싶은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는 영화라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특이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미워하지 않고 어여삐 봐줬으면 해요.”

이처럼 ‘효(孝)’의 상징인 고전 소설 ‘심청전’을 ‘욕망(慾望)’으로 바꿔보는 역발상으로 이뤄진 작품인 ‘마담 뺑덕’은 현재 극장가에 절찬리 상영 중이다.


/fn스타 fnstar@fnnews.com 조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