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공연

서태지 컴백 공연 ‘러닝타임은 150분, 실제 공연 시간은 90분?’

입력 2014.10.19 14:36수정 2014.10.19 15:28

서태지 컴백 공연 ‘러닝타임은 150분, 실제 공연 시간은 90분?’

서태지의 9집 앨범 ‘Quiet Night’을 최초로 들을 수 있는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이 10월 18일 오후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할로윈 데이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무대 장치와 약 130대의 메인스피커, 36대 그라운드 서브 우퍼는 강렬한 사운드를 구현해내며 ‘역시 서태지’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게 했다.

하지만 5년 만에 서태지의 공백기를 채우기엔 90분의 러닝타임은 짧고 또 아쉬웠다. 컴백 공연에 앞서 공지된 공연시간은 150분. 하지만 실제 서태지가 무대 위에서 관객과 교감한 시간은 90분 남짓.

‘댄싱9’팀의 오프닝 무대가 끝난 후 20여 분의 텅 빈 시간은 공연의 흐름을 끊기게 했다. 같은 시간 네이버 생중계에서는 서태지의 인터뷰 영상이 전파되고 있었지만, 공연장 내 관객들은 추위에 떨며 멀뚱히 7시가 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공연 주최 측이 공지한 러닝타임 총 2시간 30분에는 ‘댄싱9’팀의 웜업 무대(30분)와 네이버 생중계 인터뷰(20분)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서태지의 공연을 기다려온 관객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겼다.

오후 7시 어둠이 깔리고 나서야 무대 전면의 LED에는 이번 앨범 콘셉트 ‘크리스말로윈’을 연상케 하는 영상이 띄워졌다. 그리고 이날 공연의 주인공 서태지가 등장해 ‘모아이’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서태지는 가수 아이유와 함께한 소격동 프로젝트의 ‘소격동’을 듀엣무대로 펼치며 감성적인 무대로 이끌었다. 이어 서태지는 선공개곡 ‘크리스말로윈’과 8집 수록곡 ‘버뮤다 트라이앵글’로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보컬로 그의 귀환을 알렸다.

서태지 컴백 공연 ‘러닝타임은 150분, 실제 공연 시간은 90분?’

서태지는 “보고싶었어요”라는 첫 인사를 건넨 후 한참동안 객석을 바라보다 “너무 오랜만이죠. 오늘 5년 만에 제가 여러분 앞에 섰어요. 많이 기다리셨죠. 한자리에 모여있는 여러분 보니까 그냥 좋네요. 제가 너무 늦게 나왔어요. 여러분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여러분이 듣고 싶어했던 곡을 준비했습니다. 이제 내 모든걸 수많은 사연들을 여러분께 들려주고 싶어요”라며 ‘내 모든 것’, ‘시대유감’을 선곡해 팬들의 한을 풀었다.

서태지는 “이제 몸이 풀렸다”며 9집 신곡 ‘숲속의 파이터’, ‘잃어버린’, ‘프리즌 브레이크’최초 공개했다. 앞서 떼창으로 서태지의 컴백을 화답했던 관객들은 조용히 그의 신곡을 경청했다. “어째 오늘은 묘하게 나른해져 재미없어 가끔씩 나오던 참신한 가사도 안 떠올라 내방은 환기가 필요해(숲속의 파이터)”, “늘 옳아요 이곳은 몹시도 자유롭죠. 이 세상은 열려있고 난 이제 준비도 됐죠(프리즌 브레이크)”, “한물간 90s Icon 화려한 재기의 기회가 언제일까 망설이네 질퍽한 이 망상 끝을 낼까(나인티스 아이콘)”의 가사에 담긴 서태지의 진심어린 이야기는 짠한 감동을 자아냈다.

서태지 컴백 공연 ‘러닝타임은 150분, 실제 공연 시간은 90분?’

신곡에 이어 서태지는 ‘너에게’, ‘널 지우려 해’, ‘인터넷 전쟁’을 부르며 시간여행을 떠났다. 스탠딩석을 메운 팬들은 환호와 점핑으로 서태지의 무대에 화답했다. 이어 스윙스와 바스코가 등장 ‘컴백홈’, ‘교실이데아’, ‘하여가’를 부르며 ‘크리스말로윈’대미를 장식했다.

러닝타임 2시간 30분은 그렇게 흘러갔다. 19곡을 90여분 동안 쉴 새 없이 부른 서태지는 “이제 9집이 오늘부터 시작되니 5년 동안 기다리게 한만큼 멋진 공연 많이 기대해줘요”라며 앵콜곡 ‘테이크 파이브’를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갔다.

관중들은 순식간에 끝난 그의 컴백 공연에 아쉬움을 자아내며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편 오는 20일 발매되는 서태지의 9집 ‘콰이어트 나이트’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들을 수 있는 한 권의 동화책이라는 콘셉트로 구상됐다. 앨범 전면에 배치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사운드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현실이 고스란히 투영된 세계를 표현한다.


/fn스타 fnstar@fnnews.com 윤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