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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같은 여자’, 무공해 웃음 속에서 ‘인간의 본질’에 다가서다

입력 2015.08.31 20:40수정 2015.08.31 20:40

[fn★리뷰] ‘돼지 같은 여자’, 무공해 웃음 속에서 ‘인간의 본질’에 다가서다

‘돼지 같다’

욕 같이 들릴 수 있는 말이만 영화 '돼지 같은 여자'에서 돼지는 예로부터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람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영화 ‘돼지 같은 여자’(감독 장문일)는 바닷마을 유일한 총각 준섭을 두고 무공해 처녀 3인이 벌이는 총각 쟁탈전을 그린 유쾌한 어촌 로맨스로, 이들의 사각로맨스와 유쾌한 소동이 극의 중심 사건이다.

극중 황정음은 사랑도 가족도 모두 놓치지 않는 생활력 최강의 ‘돼지 같은 여자’ 재화 역을 맡았으며, 최여진은 도발 매력에 똘끼 장전한 ‘장어 같은 여자’ 유자 역을 맡았다. 박진주는 줏대 없는 ‘파리 같은 여자’ 미자 역할을 맡았다.

이런 기본 구성은 섬 전체 성비가 할매 100%인 영화 ‘마파도’의 젊은 버전으로 볼 수도 있다. 할매들보다 더 기 센 세 여자들은 바닷마을 유일한 ‘꽃 총각’ 준섭(이종혁 분)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있는 힘껏 들이대며, 오늘도 싸운다.

네 명의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은 서로 강력한 케미를 발산하며, 정신없는 어촌 생활을 만들어 간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문도 쉽게 퍼지는 법. 청춘남녀의 스캔들은 마을을 떠들썩하게 하고 이들의 하루는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특히 준섭은 부드러운 매력으로 마을에 있는 처녀들의 마음을 흔든다. 재화와 유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의 마음은 끝날 때까지 어디로 향할지 예상할 수 없게 만들며, 기 센 여자들 사이에서 끌려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실체 또한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한 이들의 생활연기와 생활개그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돼지우리에 빠지고, 지우개 도장으로 만든 유서를 삐라처럼 뿌리는가 하면, 가게에 손님이 없는 상황에 실제 파리가 등장하는 등 원초적인 개그 역시 관객들을 폭소케 만든다.

‘돼지 같은 여자’는 한마디로 독특하고 강렬하지만 그래도 순수한 ‘어른들의 동화’같은 작품이다. 경쾌한 배경음악과 남도지역의 아름다운 경치는 여기에 한 몫을 한다. 덕분에 눈과 귀가 즐거운 것은 물론, 시골집에 놀러온 친밀감이 들기도 한다.

[fn★리뷰] ‘돼지 같은 여자’, 무공해 웃음 속에서 ‘인간의 본질’에 다가서다

이 영화의 시작은 세 명의 여자와 한 남자의 멜로처럼 보이지만, 돼지 같은 여자의 일생과 한 가족의 역사에도 주목할 만하다. 순수한 어촌, 처녀 총각, 남도의 아름다운 배경 때문에 따뜻하고 웃기기만 한 영화일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조금 당황할 지도 모른다. 장문일 감독은 네 명의 관계를 거칠고 솔직하게 다뤄 인간의 본질에 다가간다. 이들의 표현이 다소 무섭고 집착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굳센 여자들을 통해 유쾌한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삶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인간은 살아간다.
장문일 감독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생명력이다. 생명력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며,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편 ‘돼지 같은 여자’는 오는 9월 10일 개봉할 예정이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