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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탐정: 더 비기닝’의 재물손괴죄

입력 2015.10.12 11:07수정 2015.10.12 11:07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탐정: 더 비기닝’의 재물손괴죄


어렸을 적 추리소설 ‘셜록 홈즈’를 읽으면서 탐정을 장래희망으로 꿈꿨던 적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탐정이라는 자격증도 없을 뿐만 아니라 탐정이라는 명칭도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5호).

2003년경에 ‘공인 탐정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적이 있으나 입법화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탐정’은 여전히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추리와 코미디를 가볍게 버무린 오락영화 ‘탐정:더 비기닝’도 마지막에 강대만(권상우 분)과 노태수(성동일 분)이 탐정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다음 작품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무릎 때문에 강력계 형사가 되지 못한 강대만은 미제살인 사건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술을 마시고 울분에 길가의 입간판 등을 부숩니다. 이처럼 술을 마시고 길가의 입간판 등을 발로 차거나 부수는 일을 가끔 보는데 이러한 일이 재물손괴죄에 해당할까요?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재물손괴죄는 소유권의 이용가치를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탐정: 더 비기닝’의 재물손괴죄


재물은 유체물 및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을 의미하는데 동산, 부동산, 경제적 교환가치 유무를 불문합니다. 문서는 사문서, 공문서, 사문서의 경우에는 권리·의무에 관한 것이든 사실증명에 관한 것이든 불문합니다.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은 사람의 지각으로 인식할 수 없는 방식에 의하여 만들어진 기록을 의미하는데 광학기록도 포합됩니다. 재물, 문서, 특수매체기록은 타인소유를 의미하고 자기점유, 타인점유를 불문합니다. 문서의 경우는 타인소유이면 자기명의, 타인명의를 불문합니다.

손괴는 재물 등에 직접 유형력을 행사해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는 물체의 상태변화를 가져오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 즉, 물체 자체가 소멸되는 것을 요하지 않고 원래의 목적에 일시적이라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나 중요한 부분의 훼손뿐만 아니라 간단히 수리할 수 있는 경미한 훼손도 포함됩니다.

은닉은 재물 등의 소재를 불명하게 하여 그 발견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고, 기타 방법은 식기에 방뇨하여 기분상 다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경우처럼 사실상, 감정상으로 그 물건을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작품 속에서 강대만이 길가에 서 있는 입간판을 발로 차서 부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합니다. 반면 재물손괴죄는 재물손괴의 고의가 있는 경우만 처벌하기 때문에 과실로 재물을 손괴한 경우는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청구는 가능합니다.

영화 ‘탐정:더 비기닝’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탁월한 추리력은 부족해 보이지만 적당한 추리와 적당한 웃음을 잘 버무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탐정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정보를 발견하고 조합해 범죄자를 찾아내는 직업입니다. 우리도 삶 속의 탐정이 돼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잘 조합해내는 직관력을 키워나간다면, 세상을 관통하는 원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탐정: 더 비기닝’의 재물손괴죄


/fn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