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말라야’ 황정민 “2015년 축복받은 한 해, 재수 좋았다”

입력 2015.12.23 11:23수정 2015.12.23 11:23
[fn★인터뷰] ‘히말라야’ 황정민 “2015년 축복받은 한 해, 재수 좋았다”


2015년 1월부터 12월까지 12달 동안 가장 바쁘게 산 배우를 꼽자면 황정민이 단연 일등이다. 황정민은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올 한 해만 2편의 천만영화를 탄생시켰으며, ‘히말라야’를 통해 또 한 번 천만영화에 도전한다.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 박무택(정우 분)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보상도 없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황정민 분)과 원정대의 실화를 그린 휴먼 감동 스토리다.

더불어 ‘히말라야’는 한국 최초 산악영화로 존재만으로도 한국 영화사에 의미를 더하는 작품이다. 처음이란 누구에게나 두려움과 설렘이라는 두 가지 상충된 감정을 갖게 한다. 처음 만들어가는 길은 가는 길이 더디기도 하고 방향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영원히 기억되기도 하는 법.

천만배우 황정민에게도 최초의 산악영화의 주연배우를 맡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것은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6좌 등정에 성공한 엄홍길 대장의 도전과도 맞닿아 있다.

“재작년 제가 ‘국제시장’ 촬영하던 때쯤에 ‘히밀라야’는 다른 팀들이 준비하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로 난항을 겪었어요. 영화를 준비하다가 잘 안되면 속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술이나 한 잔 하자며 모인 적이 있었죠. 그런데 제가 이 작품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러다가 ‘베테랑’을 찍는데 그 제의가 들어왔어요. 인연인 작품이구나 생각했고, 게다가 ‘댄싱퀸’ 팀이 뭉친다니까 산악영화가 뭔지 잘 모르지만 한 번 해보자 싶었죠. 같은 팀이 다시 뭉치기 어려운데 다시 뭉치는게 매력적이었거든요. 잘 만들어서 레퍼런스가 돼보자며 의기 충만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큰 코 다쳤다 싶었죠.”

제작 기간만 7개월, 네팔의 히말라야, 프랑스의 몽블랑, 강원도 영월에서 진행된 이번 작품은 다른 작품보다 많은 시간과 땀을 필요로 했다. ‘히말라야’의 산악 코스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험난한 과정, 그리고 베이스캠프 이후의 더 험난한 과정이다. 게다가 그들이 그려야 했던 그림은 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날씨가 좋은 날보다 험해질 때 환호를 불렀다. 그리고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열정은 이들을 단단히 묶어 줬다.

“촬영 현장에 가는 길부터 힘들었어요. 정강이까지 눈이 쌓인 내리막길을 스키부츠를 신고 움직여야 했거든요. 끝나면 숙소로 가야했는데 그게 또 고역이었어요. 그때는 배우고 스태프고 없어요. 눈보라가 너무 심해서 자기 손이 안 보일 정도거든요. 숙소로 돌아가는 모습이 장관이었죠. 스태프 70명이 굴비 엮듯이 묶어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눈물이 나올 정도였어요. 아무 사고 없이 산장에 들어와서 ‘살았다’며 맥주 파티를 했던 기억도 나네요.”

산악인의 대장이란 단순히 산을 잘 타는 사람을 말하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이 대원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대장에게는 리더십뿐만 아니라 감정과 이성이 적절히 필요하다. 현장에서 황정민은 엄홍길 대장이었다. 엄홍길을 단순히 연기하는 것을 넘어 70명의 스태프까지 신경 썼던 영화 ‘히말라야’ 팀의 대장이었던 것. 그 책임감과 부담감을 우리가 예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황정민은 촬영이 모두 끝난 후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역할 따라 가는 것 같은데, 현장에서도 엄대장님이라 불리니까 이 팀을 사고 없이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쉴 수도 없었고 견뎌야 하니까 혼자 술 마시고 울고 자고 했던 것 같아요. 사고 없이 해내야 한다는 임무가 있었는데,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까 눈물이 나왔던 것 같아요.”

[fn★인터뷰] ‘히말라야’ 황정민 “2015년 축복받은 한 해, 재수 좋았다”


‘히말라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미 다큐멘터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바 있다.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는 이 이야기에 담긴 진정성과 영화적인 재미, 이 두 가지 측면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고민은 제작진뿐만 아니라 황정민에게도 해결해야 했던 과제였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상태에서 우연히 날씨 때문에 촬영하지 못하고 대기 상태로 일주일 정도 숙소에만 머문 적이 있었어요. 엄홍길의 ‘약속’이란 책이 있는데, 휴먼원정대에 같이 다녀온 작가가 쓴 책이에요. 우리 영화가 다큐멘터리와 비슷해질까봐 일부러 안 읽었다가 그날 읽게 됐죠. 그리고 한 없이 눈물 흘리면서 읽었어요. 어지럽고 흐트러졌던 것이 딱 일렬로 정렬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우리는 이 사실을 벗어날 수 없고 이것을 잘 안고가야 했죠.”

“산에 올라가다보면 실제로 죽어있는 시체가 많아요. 보통 산악인들은 정상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시체를 그냥 지나쳐가죠. 하지만 휴먼원정대는 정상이 아닌 사람을 보고 가거든요. 죽은 동료의 시체를 데려오기 위한 발걸음은 얼마나 차원이 다를까요. 그렇게 정리가 됐어요. 산이 우리에게 주는 에너지가 있지만 그보다 더 위대한 것은 사람이었던 거예요.”
[fn★인터뷰] ‘히말라야’ 황정민 “2015년 축복받은 한 해, 재수 좋았다”


사실 목숨을 걸고 산에 오르는 이들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극중 정우가 그토록 원했던 히말라야에 도전하면서 “너무 춥고 배고픈데 너무너무 행복합니다”라며 해맑게 웃는 신을 보고 있으면 그 감정이 어렴풋이 이해되기도 한다.

“저도 등반했던 분들에게 이렇게 힘든데 왜 올라가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냥 좋아서 하는 거라고 하면서 저한테 왜 배우를 하냐고 묻더라고요. 할 말이 없었죠. 역으로 생각하면 비슷한 지점들이 다들 있을 거예요. 정말 답이 없어요. 그냥 미쳐서 하는 거예요.”

황정민은 두 편의 영화를 흥행시켰고 이번 영화 역시 많은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그는 여전히 달리는 중이다.
지난 18일 첫 공연한 뮤지컬 ‘오케피’에서 그는 배우 오만석과 더블캐스팅으로 지휘자 역할을 하며 연출에까지 참여했다. 또한 영화 ‘곡성’, ‘검사외전’, ‘아수라’, ‘군함도’ 등 또 다른 대작으로 내년에 찾아올 예정이다.

“제게 2015년은 축복받은 한해예요. 같은 해에 2편의 영화가 천만이었다니, 정말 드문 경우고 정말 재수가 좋은 일이었죠. ‘군함도’같은 경우는 류승완 감독과 ‘베테랑’전부터 준비했던 작품이에요. 큰 그릇이라 일단 접고 놀면서 할 수 있는 ‘베테랑’을 먼저 했었거든요. 신나지 않았으면 이 일을 하지 못했겠죠. 다작을 하고 있지만 저는 일 할 때가 가장 재밌어요.”

한편 ‘히말라야’는 전국 극장가에 절찬 상영중이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