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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디카프리오 & 톰 하디의 ‘원초적 본능’

입력 2015.12.29 10:27수정 2015.12.29 10:27
[fn★리뷰] ‘레버넌트’ 디카프리오 & 톰 하디의 ‘원초적 본능’


자연이란 어떤 것을 가감해도 자연이다. 인간 또한 극에 달할수록 본능에 가까워진다. 영화 ‘레버넌트’는 이런 자연과 살아남기 위한 극과 극인 두 남자의 원초적인 본능을 날 것 그대로 그려냈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미국 서부역사의 전설적인 모험가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실화로,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 분)에게 배신당한 휴 글래스가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상처와 추위와 싸워가며 살아남는 이야기다.

서부 개척 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은 백인들의 물건을 훔치고, 백인들은 원주민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사냥꾼이자 모험가인 휴 글래스(이하 휴)는 원주민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있고, 존 피츠제럴드(이하 존)는 휴와 그의 아들인 호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원주민을 ‘미개한 놈’이라고 표현하는 존에게 호크는 ‘잡종’이자 ‘짐승’일 뿐이다.

어느 날 딸을 잃은 원주민이 휴 무리를 공격하고, 그들을 피해 휴 무리는 반 년 동안 벌어온 모든 것을 버린 채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휴는 회색곰의 습격을 받고 사지가 갈기갈기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 등 끔찍한 부상을 입으며 지옥의 첫 걸음을 딛게 된다.

이런 고통의 순간은 휴의 거친 숨소리와 곰의 날카로운 이빨에서 떨어지는 침 등을 통해 관객들까지 죽음의 공포로 이끈다. 특히 그가 최선을 다해 내뱉는 힘겨운 숨소리는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인다.

이후 존은 휴가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지켜주고 대신 돈을 받기로 하지만, 존은 휴를 땅에 묻고 호크까지 죽이고 도망친다. 그리고 기적처럼 살아난 휴는 존에게 복수하기 위해 짐승이 된다.

다치고 고통 받고 또 다시 다치지만 휴는 살아내고 또 산다. 설산에 대한 두려움, 적에 대한 불안함, 죽음에 대한 공포, 배신당한 분노, 자식이 죽었다는 괴로움, 이것은 휴가 끝까지 가게 만든다. 한 번 죽어본 사람에게는 죽음도 두렵지 않은 법. 인간이 극한에 다다랐을 때 더 단순해지듯이 휴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복수 한 가지로, 존을 죽이고자 하는 휴와 살고자 하는 존의 집요한 의지는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휴, 존, 원주민, 심지어 회색곰까지 이들은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지만 이들의 선택은 같다.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려 했던 어미 회색곰, 자식을 잃은 휴와 원주민,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자 했던 존까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만 했던 것. 살기 위한 욕구보다 더 강한 것이 있을까. 이들의 감정은 원초적이기 때문에 더 공포스럽다.

[fn★리뷰] ‘레버넌트’ 디카프리오 & 톰 하디의 ‘원초적 본능’


이 작품은 인물의 심리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 디카프리오는 말 한마디 없이 관객들의 심장을 긴장감으로 몰아넣는다. 많은 대사 없이 분위기만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기 때문에 그의 눈빛, 감정, 행동, 그리고 회상, 환상 등은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의 내면에 더 집중하게 되며 압도당한다.

디카프리오가 진흙투성이에 덥수록한 수염으로 거친 사냥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다면, 톰 하디는 머리가죽이 벗겨진 채로 머리를 벅벅 긁는 등 충격적인 비주얼과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또 하나의 캐릭터였던 자연은 롱테이크로 촬영돼 웅장함을 더했다.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원칙에 따라 촬영된 이 영화는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와 같이 생생한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관객들이 극장에 가야 할 이유를 주고 싶다”고 말한 감독의 자신감처럼 스크린을 통해 그의 거대한 담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오는 2016년 1월 14일 개봉할 예정이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