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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가 버린 것과 얻은 것

입력 2017.03.30 14:34수정 2017.03.31 16:11
[View|가요] 걸스데이가 버린 것과 얻은 것

보통 7년차 이상이 되면 중견 그룹이라고 불린다. 지금까지 해온 것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해야 할,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는 위치다. 그만큼 대중의 기대는 커지고 그룹의 부담은 무거워져 간다. 걸스데이는 현명한 변화를 통해 짊어진 짐을 내던졌고, 씩씩한 걸음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었다.

걸스데이는 지난 27일 다섯 번째 미니앨범 ‘걸스데이 에브리데이 #5(Girl's Day Everday #5)’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아 윌 비 유어스(I'll be yours)’는 섹시하고 당당하게 남자의 고백을 유도하는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곡이다.

내용만큼이나 노래는 전반적으로 파워풀하다. 레트로 스타일과 브라스 베이스라인에 후렴구의 록적인 요소는 섹시함 속 터프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또렷해진다. 혜리는 보라색 립스틱을 발라 파격적인 비주얼을 연출했는가 하면, 유라는 불붙은 피아노를 열정적으로 치는 유라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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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링마벨(Ring my bell)’ ‘달링’ ‘썸씽’ ‘기대해’ 등으로 보여준 걸스데이의 이미지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섹시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신곡 발표 이후 ‘헬로 버블’ ‘기대해’ ‘달링(Darling)’과 같이 살랑거리는 느낌의 섹시가 더 어울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젠 걸스데이가 달라졌다. 드디어 특유의 성숙미를 찾아가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근 나온 신인 걸그룹들이 러블리하고 발랄한 콘셉트로 나오는 추세이지만, 오히려 걸스데이는 선배 그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륜을 덧입혔다.

그 첫 걸음이 바로 ‘아 윌비 유어스’다. 섹시 콘셉트는 그대로 가되 카리스마 넘치는 걸크러시를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도전을 했다. 남성을 타깃으로 한 섹시 걸그룹이 “주변 남자들이 싫어하는 걸 보니 성공했다고 느꼈다”고 말할 정도면 엄청난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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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는 앨범 간 공백기가 길어 신곡을 낼 때마다 연차는 점점 쌓여갔다. 개인활동을 통해 경험과 내공은 더욱 견고해졌다. 하지만 곡의 퀄리티와 별개로, 지금껏 쌓아온 영(young)한 느낌의 섹시 콘셉트를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이미 짜여 있는 성공공식이 있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각 연차에 맞는 콘셉트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주하지 않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과거의 무대에만 묶여있다간 씁쓸함만 남는다. 현재 팀의 모습과 맞는 변화를 찾아가는 것이 롱런을 위한 필수적인 관문인 셈이다.

신곡뿐만 아니라 걸스데이의 컴백 자체가 의미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데뷔 7, 8년차 그룹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가운데, 걸스데이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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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번 앨범에 최초로 솔로곡을 싣고 작사 등 곡 작업에 적극 참여한 부분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각기 다른 다섯 트랙은 타이틀곡의 낯섦을 중화시킨다. 다양한 분위기의 재킷 사진들은 앨범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나온 신보가 미니 형태여서 아쉽긴 하지만 밀도가 높다.


무엇보다, 걸스데이가 알을 깨고 스스로를 만들어나가려고 한다는 점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걸스데이는 기존 계약기간을 남겨두고 현 소속사와 재계약하며 향후 활동을 보장했다. ‘아 윌 비 유어스’ 활동을 기점으로 걸스데이의 제2막이 될 전망이다.

/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사진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