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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가득한 ‘원라인’, 호쾌함 속에 엿보이는 묵직한 메시지

입력 2017.03.31 10:19수정 2017.03.31 10:38


[리뷰┃원라인] 젊음 가득한 ‘원라인’, 호쾌함 속에 엿보이는 묵직한 메시지

국내 영화 장르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봐도 무방한 범죄 오락 액션 영화. 능청맞고 비상한 또 다른 사기꾼들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지레 지겨움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원라인’의 결은 조금 다르다. 그들만의 범죄 리그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범죄 현장을 우리 일상으로 옮겨왔다.

‘원라인’은 2005년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최초로 ‘작업 대출’이라는 사기 형태를 소재로 삼았다. 은행에서 대출이 안 되는 일반인들의 직업과 신분 등의 것들을 조작해 은행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이는 것을 지칭하는 단어다. 기존에 등장했던 사기와는 달리,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기라는 주제로 시선을 한층 더 넓혔다.


[리뷰┃원라인] 젊음 가득한 ‘원라인’, 호쾌함 속에 엿보이는 묵직한 메시지


평범하고, 어려운 집안 환경 속에서 살아온 대학생인 민재(임시완 분)는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그의 일상적 범위 안에서 여러 거짓을 뿌리고 다닌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모든 걸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작업 대출계의 전설인 장 과장(진구 분)을 만나고 본격적으로 일명 ‘큰 판’인 범죄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잘생긴 미모와 특유의 선한 인상에 더해진 유려한 언변은 민재를 ‘민 대리’로 만드는 데에 일등공신을 세우며 업계의 샛별로 거듭난다.

‘원라인’은 유쾌하고 가벼운 톤만큼 상당히 친절하다. 민재가 사기꾼의 길로 진입하게 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따라간다. 그 덕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향한 몰입도 간편하다. 제대로 된 피투성이가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에서 끝없는 잔혹함이 느껴지는 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꽤 온전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리뷰┃원라인] 젊음 가득한 ‘원라인’, 호쾌함 속에 엿보이는 묵직한 메시지

“돈 못 받는 사람들에게 은행 돈 받아주는 게 내 잡이야. ‘도와준다’가 중요한 표현이다”며 합리화하는 사기꾼들의 모습은 이후에 약자들에게 벌어질 상황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로 이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상황으로 내몬 사회에 대한 자조적 시선과 고민을 꾀하게 만든다.

또한, 사기극의 주동자인 민재가 20대 대학생이라는 신분도 그러한 시선에 한 몫 한다. ‘쩐의 전쟁’이 단순히 사회로 나온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임을 잔잔히 외치고 있다.

극의 중반에 들어서면서 유사하게 반복되는 사기 행각으로 약간의 루즈함이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지루함을 살려내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그간 드라마 ‘미생’, ‘해를 품은 달’, 영화 ‘변호인’ 속의 모습을 떠올리며 올바르고 짠한(?) 임시완의 이미지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시종일관 깐족대는 그의 모습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호감도 사라지게 만들만큼 얄밉다. 그만큼 능글맞은 사기꾼의 모습을 완벽히 흡수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서 상사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진구는 여유만만한 능구렁이 같은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으로 변신해 180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인다.


[리뷰┃원라인] 젊음 가득한 ‘원라인’, 호쾌함 속에 엿보이는 묵직한 메시지

이밖에도 김선영, 이동휘, 박종환 등 다양한 배우들이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쳐냈지만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박병은이다. 박병은은 돈과 야망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박 실장으로 활약하며 악인 중의 악인으로 거듭났다. ‘원라인’의 긴박한 호흡이 유지되게 만드는 독보적인 일등공신이다.

사실 ‘원라인’의 결말은 뻔한 범죄오락액션영화와 다르지 않다.
진정한 권선징악보다는 악인들 간의 권선징악으로, 예상 가능한 마침표다. 하지만 결말보다는, 그러한 서사로 달려가게 된 발단에 집중할 때 ‘원라인’은 더욱 재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신선한 소재와 현란한 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합이 매력적인 ‘원라인’은 29일 개봉 이후 절찬 상영 중이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