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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살인’, 긴장감 실종..영상미만 남았다

입력 2017.12.06 14:30수정 2017.12.06 14:30

[fn★무비텔]‘오리엔트 특급살인’, 긴장감 실종..영상미만 남았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예비관객들의 높은 기대치를 반영한 듯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실관람객들에게서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원작 소설 특유의 긴박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반면 영상미와 잔잔한 여운이 인상적이라는 호평도 존재한다. 왜 이렇게 평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일까.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은 예측불허 스토리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걸작으로 꼽힌다. 1934년 처음 출판된 이래 수많은 리메이크가 등장했다.

영화는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열차를 배경으로 한다. 밀폐된 공간인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이곳엔 완벽한 알리바이를 지닌 13명의 용의자가 있다. 사건을 파헤치는 세계 최고의 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이야기를 그린 추리 스릴러가 바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다.

극 중 포와로 역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가 영화의 연출도 함께 맡았다. 어떻게 캐스팅했나 싶을 정도의 호화 출연진 또한 화제가 됐다. 수상한 사업가를 연기한 조니 뎁부터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대포, 주디 덴치, 조시 게드, 미셸 파이퍼, 데이지 리들리 등 명배우들이 캐릭터들과의 완벽한 일치를 보여준다.

[fn★무비텔]‘오리엔트 특급살인’, 긴장감 실종..영상미만 남았다

아카데미는 물론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들은 이번 작품 속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인물로 분해 섬세한 내면 연기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알리바이를 지닌 용의자들답게 작은 표정 변화와 사소한 행동거지로 인물의 상태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쫀쫀한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탐정 포와로의 고뇌가 그려지고 본격적인 살인이 벌어지기 전까지 이야기가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살인이 벌어지고 난 후엔 전개에 조금 속력이 붙지만, 극 후반부 포와로의 갑작스런 사건 해결에 맥이 빠진다. 주어진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관객들이 수동적으로 주인공의 추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지루한 느낌이 전해진다.

케네스 브래너는 추리가 주는 짜릿한 즐거움 대신, 캐릭터들의 내면의 슬픔과 혼란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더불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현란한 영상미에도 집중했다. 전 세계에 단 4대뿐인 65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해 실제 사물을 보는 듯한 완벽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현실감 넘치는 영상은 물론 1930년대의 시대적 질감을 되살려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빨아들인다.

미장센 만큼이나 분명하게 전달되는 건 주제 의식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뚜렷하게 담아내 묵직한 울림을 준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교훈을 얻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완벽한 영상미, 완벽한 배우들, 여기에 미스터리 드라마로서의 역할까지 충실했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수작이 탄생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uu84_star@fnnews.com fn스타 유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