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코믹 입은 멜로...다 되는 소지섭

입력 2018.03.07 11:16수정 2018.03.07 11:16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코믹 입은 멜로...다 되는 소지섭

그간 다양한 작품 속에서 거친 남성미를 뿜어왔던 배우 소지섭. 그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출연 제안을 받고 많이 망설였다고 했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대신해 홀로 아들을 키우는, 몸이 아픈 아빠 역할이다.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잘 해낼 수 있을지 염려가 됐다는 고백이었다.

하지만 운명이었던 건지, 결국 소지섭은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그 선택은 매우 훌륭한 결정이 됐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지난 2005년 일본에서 영화로도 개봉돼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많은 팬들은 엄마를 연기한 다케우치 유코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성공한 원작이 있기 때문에 배우들은 물론 관계자들도 적지 않은 걱정을 했을 터다. 그러나 이장훈 감독은 원작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적 정서, 코믹 매력을 가미해 지나치게 신파조로 흐르지 않는 영화를 탄생시켰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소지섭의 변신이 빛난다. 아들과 둘이 사는, 어딘지 허술하고 챙겨주고 싶은 아빠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극 중 우진은 셔츠 단추도 늘 엇갈려 채우고 달걀 프라이 하나 제대로 못 만들지만 아들을 향한 사랑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코믹 입은 멜로...다 되는 소지섭

우진은 수영선수 출신이지만 몸이 아파 운동을 그만뒀고 지금은 수영장 청소와 관리를 하며 지낸다. 실제 소지섭 역시 수영선수 출신, 평영 부문 한국 랭킹 3위에까지 오른 경력이 있어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영화에서는 소지섭이 물살을 가르며 수영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 등 과거의 멜로 대표작들에서 소지섭은 어둡고 묵직하고 차가운 매력을 발산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엉성하지만 사랑스럽고 모성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착한 남자를 연기해 새로움을 선사한다.

이장훈 감독 또한 소지섭에 대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롭고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가 우진을 연기하겠다고 결심한 그 날이 인생 최고의 날이었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소지섭의 코믹 매력이 가장 극대화되는 건 과거 회상신을 통해서다. 운동밖에 모르고 살았던 우진이 한결같이 좋아해왔던 수아(손예진 분) 앞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특유의 눈빛과 감성 연기까지 더해지며 첫사랑의 설렘을 선명하게 되살렸다.

아내 수아를 연기한 손예진이나 아들 지호 역을 맡은 김지환과의 호흡도 좋다. 연기 경험이 거의 없지만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아역배우 김지환은 날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여줘 오히려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눈빛이 순수하고, 연기 톤이 전형적이지 않아 더욱 매력적이다.

소지섭과는 현장에서도 실제 부자(父子) 같은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냈다는 전언.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극에 고스란히 담겨 더욱 편안함을 준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추억을 소환하고, 애틋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더불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오는 14일 개봉.

/uu84_star@fnnews.com fn스타 유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