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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이유 있는 자신감 “‘물괴’, 박수 받아야 할 도전”

입력 2018.09.07 08:59수정 2018.09.07 08:59
[fn★인터뷰] 김명민, 이유 있는 자신감 “‘물괴’, 박수 받아야 할 도전”


배우 김명민이 영화 '물괴'의 의미를 되새기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물괴'는 중종실록에 실제로 기록된 물괴 괴담을 활용한 신선한 소재에 배우 김명민, 이경영, 박희순, 박성웅, 김인권, 이혜리, 최우식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며 추석 기대작으로 우뚝 섰다.

앞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꾸준히 드러냈던 김명민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되게 재밌었다. 원래 기대를 하는 사람다. 내가 우려했던 건 물괴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공포스럽고 혐오스럽게 나왔다. 공포 이상의 혐오를 표현했어야 하는 연기적 아쉬움이 있다. 물괴가 너무 연기를 잘 해서 조금 꿇리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액션을 잘 했기 때문에 퉁치는 걸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솔직히 내 작품에 후한 편이 아닌데 '물괴'는 오락 영화로 너무 괜찮다. 실화를 가지고 사극, 크리쳐를 조합시키는 것이 정말 어렵다. 톤 자체가 무겁게 깔아줘야 하는데 오락 영화다 보니까 적절한 배합이 필요했다. 물괴의 등장 시점부터 고민이 많았다. 물괴 등장 전후가 톤이 달라질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잘 들어갔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두 줄의 괴이한 기록에서 시작된 작품은 역병을 품고 다니며 나라와 백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물괴와 그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사투를 담아낸다. 3개월의 긴 여정 동안 배우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물괴와의 사투를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누구보다 진지하게 촬영에 임해야 했다.

이번 작품에서 이혜리와의 부녀관계를 연기한 김명민은 "혜리는 정말 잘 했다. 혹평 보고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잘 했다. 한 배를 탄 이상 잘 할 수 있도록 데려가야 했다. 4명이서 하나처럼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게 잘 한다. 애가 가수라 그런지 목소리가 쩌렁쩌렁한다. 아직 방법을 모르는 것 뿐이다. 받아들이는 센스가 너무 좋다. 지나가면서 툭 던지는 말을 귀신 같이 알아듣는다"며 후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김명민은 수색대장 윤겸으로 분해 이야기를 이끈다. 윤겸은 어지러워진 민심을 바로잡기 위해 수색대를 이끌고 물괴의 실체를 쫓는 인물로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뛰어들 만큼 굳은 심지의 소유자다. 블록버스터급 사극인 만큼 스케일이 큰 고난도 액션이 유독 많았지만 스태프들의 걱정과 달리 배우들은 힘든 내색 없이 모든 액션 씬들을 즐기며 임했다. 특히 김명민은 화려한 칼 솜씨로 무술팀보다 뛰어난 액션을 선보이며 현장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물괴랑 맞붙는 액션신? 보이지 않는 형체와 싸우는데 혼자 다 해야했다. 타이밍도 혼자 계산한다. 나 혼자서 때리고 날라가고 구른다. 스태프들이 모두 보고 있어서 너무 민망했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원맨쇼를 찍었다."

이어 김명민은 의외의 연기 철학을 밝혀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바로 현장 모니터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 명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김명민은 단순한 이유를 내놓았다. 바로 '민망하다는 것'.

"나중에 보긴 하지만 현장의 나를 못 본다. 모니터를 보는 순간 너무 민망하다. 연기 할 때만큼은 뻔뻔하지만 너무 민망해 쳐다도 못 본다. 또 모니터를 하다보면 내 안에 잠자고 있다는 '더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난다. 안 하던 것을 하게 된다. 그럼 감독님이 뒤에서 '아까 씬 써'라는 말을 들을 때 민망의 연속이다. 상대 배우들에게 안 보길 권유하기도 한다. 내심 속마음으로 갖고 있다. 집에서도 내 영화를 안 본다.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는 일도 절대 없다."
[fn★인터뷰] 김명민, 이유 있는 자신감 “‘물괴’, 박수 받아야 할 도전”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명민은 어느덧 18편의 영화, 15편의 드라마를 거쳐왔다. 그럼에도 이번 '물괴'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 존재하지 않는 허상과 호흡을 맞추고, 타이밍을 만들어가야 하는 역을 김명민은 거뜬히 해냈다.

"다년 간의 노하우와 수년간 액션 감각으로 잘 넘어갔다. 사실 물괴 나오는 장면들이 다 힘들었다. 액션 장면을 롱 테이크로 찍었는데 인권이와 둘이서 정말 힘들었다. 보이지 않는 형체와 함께 호흡 하며 하나처럼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려웠다. 산만해보인다면 관객들은 물괴를 되게 우습게 볼 것이다. 캐릭터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모두가 공포심을 유발하는 톤을 잡아가야 했다. 합의점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형체가 안 보이니 더욱 어려운 부분이었다."

앞서 이혜리에 대한 평가를 가슴 깊게 안타까워 하던 김명민은 다시 한번 이혜리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김명민이 바라본 이혜리는 '잠재력 있는 배우'였으며 성장이 기대되는 주연 배우였다.

"배우는 이 작품이 내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나 역시 현장에 출퇴근하는 기분이 아니라 내가 더 해야 할 것이 없는지 본다. 주연 배우는 할 것이 정말 많다. 낯빛 어두운 스태프를 보면 대화도 한다. 그렇게 현장이 잘 굴러가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혜리는 처음인데도 잘 한다. 두루두루 사람들을 살뜰하게 챙긴다. 차에 있다가 연기하고 들어가는 사람도 많다. 항상 일찍 와서 현장에서 묻어나려는 모습이 가장 중요한 자세다. 잠재력 있는 아이다. 연기는 하다보면 늘어있을 것이다."

김명민에게는 '물괴'에 대한 근거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물괴'를 두고 '도전'이라 칭한 김명민은 결과가 잘 나와야 하는 잔혹한 현실을 언급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물괴' 같은 시도가 있어야 한국영화계가 더욱 다양한 장르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김명민은 작품이 실패해도 박수를 보내야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그간 '괴물'의 아성을 따를 만한 작품이 없었다. 한국적인 기술로 한국적인 토종 크리쳐가 나온다는 것은 굉장히 뿌듯한 일이면서 숭고함이 느껴진다. 우리 만의 고유의 액션 사극과 크리쳐를 만들었다.
추석 때 볼 수 있는 한국 최초의 장르다. 전세계적으로 선판매되며 이미 인정받은 영화다. 올 추석에는 역시 물괴라는 말을 했으면 한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